딸에게 수발 받는 노인이 며느리 수발을 받는 노인보다 더 우울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며느리와 딸로부터 수발 받는 노인의 우울수준 및 우울관련 요인의 차이’ 보고서를 게재했다. 며느리 또는 딸에게 수발 받는 노인 293명의 우울 수준을 측정한 결과 딸이 수발하는 노인의 우울감 평균점수는 9.31점, 며느리가 수발하는 노인은 7.49점이었다. 딸에게 보살핌을 받는 노인이 며느리 도움을 받는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더 우울해한다는 뜻이다.
우울증(11점 이상)을 보이는 비율도 딸이 수발하는 노인은 45.8%로 며느리 수발 노인 집단(30.9%)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문화적 차이가 가져온 심리적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서구 선진국의 연구에선 주수발자로 딸에 대한 선호가 강하고 수발 만족도 역시 높다. 반면 전통적으로 아들 내외와 동거하고 며느리로부터 보살핌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에서는 며느리 대신 딸이 수발을 들 때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며느리가 주수발자일 경우 함께 살면서 수발을 받는 경우가 77.7%인 데 반해 딸의 경우 따로 사는 비율이 53.7%나 됐다. 딸이 수발을 든다는 것은 경제적 수준이 낮은 독거노인일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다. 이런 환경적 요인은 우울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딸에게 수발 받는 노인은 우울취약집단으로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