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된다는 단어인 '파차이'… 앞글자가 8의 발음과 비슷
日도 후지산 닮은 八 선호… 도요타, 8획 맞춰 社名 변경
4일 중국 허난(河南)성 주마뎬(駐馬店)시 차량 번호판 경매장. '豫QS8888' 번호판을 든 딜러가 "120만위안 낙찰!"을 외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총 57개의 번호판이 매물로 나온 경매에서 숫자 8이 4번 겹친 번호판 한 개가 2억원에 팔려나간 것이다. 이날 뒷자리가 '1234'나 '7777'로 끝나는 번호판도 등장했지만 입찰자들의 관심은 온통 '8888'에 집중됐다. 경매가 끝나고 시가 벌어들인 수입은 모두 759만위안(약 13억원). 번호판 '8888'의 값이 전체의 6분의 1을 차지했다. 관영 중국신문망은 "차 한 대 값보다 비싼 번호판이라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철판이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숫자 8(八·중국어 발음 ba)에 열광하는 이유는 '큰돈을 벌다' '부자가 되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 '파차이(發財)'의 앞글자와 8의 발음이 비슷해서다. 수퍼마켓에선 188위안과 888위안인 가격표가 붙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휴대전화번호를 살 때도 8이 많이 들어갈수록 웃돈이 붙는다.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개막식이 시작한 시각은 8월 8일 8시 8분이었다.
일본에서도 8은 행운의 숫자로 통한다. 한자(八)가 일본인이 신성시하는 후지산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회사 이름을 '도요다(とよだ)'에서 '도요타(とよた)'로 변경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도 행운의 숫자 8획(とよた)에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자문화권임에도 한국에서만 8이 행운의 숫자로 정착하지 못한 것은 '파차이(發財)'나 '후지산'처럼 8에 얽힌 독자의 문화적 코드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에선 서양 문화의 유입으로 오늘날 '러키세븐'인 7이 가장 행운의 숫자로 인식돼 있지만, 원래는 3이었다고 한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숫자 3은 고조선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천·지·인(天地人)'이 조화를 이룬 때부터 길하게 여겨졌다"면서 "전통적인 음양(陰陽)사상에도 최초의 양수인 1과 최초의 음수인 2를 합한 3은 가장 완전하고 길한 숫자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