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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독서만필]피빛령혼의 만가-《금릉13채》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3.15일 10:04

장편소설 《금릉 13채》

장예모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금릉13채(金陵十三钗)》가 흥행가도를 달리기 이전에 나는 이미 그 원작소설의 작가 엄가령에게 빠져있었다.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첫 장편 《마마꽃 응달에 피다》를 창작하면서 문혁관련 장편들을 닥치는대로 읽던차 역시 문혁소재를 다룬 엄가령의 작품 《천욕(天浴)》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에 매료되기 시작한것이다.

조선족 독자들에게는 그의 중편 《녀자의 목초지(雌性的草地)》가 《연변문학》지에 의해 번역, 소개된적 있다.

상해의 문인가정에서 태여난 엄가령은 20대 초반부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서른살무렵에는 미국으로 류학, 시카고 콜롬비아 예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저력있는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대부분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리얼리티,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 휴머니즘의 깊이, 력사적시각 그리고 예술적 력량까지 두루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주요작품으로는 《천욕(天浴)》, 《한 녀인의 서사시》 등이 있다. 그중 《둬허이모(小姨多鶴)》는 2009년 중국소설학회가 뽑은 《올해의 가장 좋은 장편소설》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은 남경대학살 당시 13살의 소녀였던 맹서견(孟书娟)이 조각난 력사의 증언을 찾아나서며 회고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1937년의 추운 겨울, 일장기를 단 일제의 땅크가 남경성에 진입하고 광분하는 일제의 총칼아래 아름다운 남경은 삽시에 피범벅이된 몸뚱이들이 네거리에 뒹굴고 길녘 배수구로는 피물이 벌창해 흐르는 지옥의 나락으로 변한다.

잉글먼신부는 미처 남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윌슨교회당에서 맹서견을 비롯한 13명 성가대의 어린 녀학생들과 함께 몸을 숨기고있다. 어느날, 차림새가 요염하기 짝이 없는 녀인들이 교회당에 나타난다. 옥묵(玉墨)이라는 녀자를 선두로 한 이들은 청루의 창녀들이였다. 이어 세명의 중국 군인까지 혈전에서 살아남아 교회당에 찾아든다.

본의 아니게 창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맹서견은 입으로 끊임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 방종한 모습의 그녀들을 몹시 혐오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차 안전할것만 같았던 교회당에도 일본군의 마수가 뻗친다.

일본군관은 교회당에 숨어있는 13명의 소녀들을 발견하고 며칠후의 성탄절날 소녀들이 군영으로 가서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달라고 강요한다.

이미 한명의 창녀와 소녀가 그들의 유린에 의해 처참히 목숨을 잃는다. 이제 일본군들이 득실거리는 군영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지 뻔한 일이였다.

어린 소녀들이 일제의 유린을 모면치 못할 관두에 소녀들을 대신해 열세명의 창녀들이 나선다…

세월이 흘러 일제전쟁범들을 재판하는 국제법정에서 맹서견은 일제의 죄행을 증언하는 한 녀자의 목소리가 당년의 옥묵과도 꼭 닮았음을 느낀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그녀가 아니다. 원체 옥묵은 그날 일본군관에 의해 얼굴에 상처를 입고 그후 돌팔이 의사에 의해 치료를 받지만 얼굴모습이 완전히 변했던것이였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맹서견은 자신들을 위해 나섰던 열세명 창녀들의 최후를 알게 된다. 그들중 일부는 반항하다가 당장에서 살해당하고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죽고 일부는 자결하고 겨우 옥묵 한 사람만이 4년간이나 일제의 고위관원에 시달리다 도망쳐 나온것이였다.

청루에 더럽힌 몸을 가진 창녀들이지만 전쟁의 잔혹한 선택앞에서 그녀들은 생명의 세례를 바탕으로 신분에 대한 자각과 인격의 승화를 가져온다. 미천한 존재로 조소했던 창녀들의 의연하면서도 아픈 선택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하며 잔혹한 전쟁에서의 그녀들의 선량한 인성의 거듭나기는 처량한 비장미마저 느끼게 한다.

소설은 정면으로 남경대학살의 장면들을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자그마한 교회당은 전반 남경의 축도와도 같다. 이 작은 곳에서 남경성에서 자행된 일제의 온갖 만행들이 프리즘으로 재현된다. 절제된 묘사이지만 작가는 광기로 물든 전쟁이 어떤 비극을 만들어내고 어떻게 인간을 유린해가는지를 보여주면서 인간의 근간을 이루는 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제목에 나오는 《13》이라는 수자는 특별한 상징적의미를 가진다. 흔히 《13》은 서방에서는 불길함을 내포한 상징적인 수자이다. 여기서 이 수자는 마지막까지 교회당에 남겨진 창녀들과 소녀들의 공통된 수자일뿐만아니라 소설속 화자인 맹서견의 나이이기도 하며 또한 남경이 함락된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작가 엄가령은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플롯의 줄기에 《13》이라는 수자를 적절하게 장치해두었다.

일전 전국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는 해마다 12월 13일을 남경대학살조난자 국가 추모일로 지정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서가에서 다시 꺼내본 작품, 인류의 아픈 한 페지를 적절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을 읽으면서 그 어제를 반추해본다.



묵직한 소재와 빛나는 문체로 사랑받는 녀류작가 엄가령


편집/기자: [ 김청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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