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여성 흡연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과 판매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흡연율이 다른 직종보다 월등히 높다. 백화점 판매원, 콜센터 상담원 등 감정노동에 속하는 직종의 여성 흡연율은 40%가 넘는다.
성인 여성 흡연율은 2010년에 6.3%였으며, 지난해 7.9%로 상승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흡연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여성 흡연 인구는 집계된 수치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서비스업 흡연 여성 중 평생흡연자 비율이 2010년 34.5%에서 지난해 48.3%로 증가했는데, 이는 다른 직군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평생흡연자란 일생 동안 담배를 5갑 이상 피워본 사람을 말한다.
서비스직 여성에게 흡연은 근무시간 중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책인 경우가 많다. 감정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고객의 항의·욕설에 시달리다 담배를 찾는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꺼내 든 담배가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흡연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흡연 남성보다 동맥혈관이 훨씬 많이 손상되며, 지난 20년 간 40대 여성 구강암 환자가 남성 환자의 두 배에 달했다. 여성 흡연자 증가와 함께 손발이 썩어 들어가 심하면 절단을 해야하는 '버거씨병'의 여성 환자도 크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버거씨병으로 병원을 찾은 남성이 1.5% 늘어난 반면, 여성은 무려 8.3%나 증가했다. 남녀 환자의 성비 격차도 2008년엔 남성이 여성의 3.9배였지만, 2012년에는 2.8배로 줄었다.
여성의 산부인과 문제와 흡연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이 흡연을 하면 심근경색이나 뇌혈관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여성이 하루 10개피가 넘는 담배를 피우면 배아 수용성이 낮아져 임신 가능성이 낮아지며, 임신한 여성이 담배를 피우면 모유량이 감소하고 저체중아 출산이나 유산 확률이 2~3배 높아진다. 여성 흡연자의 유방암 발병률은 10% 이상 높으며, 폐경은 약 2년 빨라지고 갱년기 증상이 심해진다. 폐경 후 흡연은 골밀도를 현저히 감소시켜, 중장년층 흡연 여성은 골다골증에 걸리거나 악화될 확률이 높다.
여성의 니코틴 분해 효소 활성도는 남성보다 떨어지는 반면, 니코틴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서 금연이 더 힘들기 때문에 애초에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미 흡연 중이라면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흡연 여성이 금연을 하면 금연 후 30일부터 뇌졸중 위험이 줄기 시작해, 2년 이상 지나면 비흡연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아진다. 허혈성 심장병 발병률도 금연 후 2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동일해진다. 폐암은 같은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금연 후 10~15년이 걸리기 때문에 금연은 빠를수록 좋다.
/ 권선미 헬스조선 인턴기자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