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 입장
[CBS 홍제표 기자] 최근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혐의로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무더기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과 관련, 업체의 상반된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조 3사와 통신 3사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강력 반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자세를 낮추고 있다.
물론 이는 과징금 액수가 SK텔레콤(약 202억원)과 삼성전자(약 142억원)인데 반해 나머지 업체들은 5억~50억원대 수준에 그치기 때문인 점도 있다.
여기에다 현 정부 들어서 부쩍 힘이 세진 재벌 대기업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비슷한 시점에 삼성전자는 자사 공장의 공정위 조사방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을 넘어선 오만함의 극치’라는 비판에 부딪힌 바 있다.
정부기관마저 무력화 시킨 점을 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급기야 이건희 회장까지 직접 나서 무관용 엄중처벌 방침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체간 대응이 상반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업전략상의 셈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업체의 입장에선, 공정위가 이번에 우리나라 특유의 기형적 휴대전화 유통구조에 손을 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과 KT나 LG유플러스의 속내가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국장은 “SK텔레콤으로선 시장 지배력의 핵심인 유통구조가 흔들리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반면 2,3위 업체로선 판이 바뀌는 게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 이석채 회장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스마트폰 단말기의 높은 출고가를 지목, 공정위 조사에 동조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KT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도 조사 협조를 통해 과징금의 상당액을 감면받기도 했다.
이유야 어떻든, 업체끼리의 이런 미묘한 갈등은 소비자 이익 차원에선 오히려 좋은 일이다.
다만 소비자·시민단체들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을 경계하며 과징금 상향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도입을 요구하는 한편, 무엇보다 현 휴대전화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