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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월더가 ‘공산주의’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5.02.27일 07:49
작성자: 김범송

  (흑룡강신문=하얼빈) 어느날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녀석이 느닷없이 연속적인 질문을 던져왔다. 아빠는 공상당원인가, 공산주의란 무엇인가, 공산주의는 실현될 수 있는가? 나는 첫 번째 물음에는 별로 생각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자 아들애는 의아하게 쳐다면서 집요하게 다음 물음을 대답하라고 졸라댔다. 지금까지 공산주의에 대해 큰 관심도, 연구도 없는 나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아들애가 알아들 수 있는 ‘답안’을 생각하다가 한바월더(汉巴味德)가 ‘공산주의’라고 대답했다. 그제서야 아들놈은 잘 알겠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대련도심에 자리잡은 대형뷔페 한바월더는 수백명 식객이 동시에 식사가 가능하다. 개업 2년 만에 한바월더가 명물뷔페로 된 요인은 저렴한 가격과 수많은 요리종류, 점원들의 양질서비스와 쾌적한 식사환경 등이다. 일인당 가격은 어른 60위안(元), 어린이 25위안이다. 200위안이면 4인가족이 풍족한 한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각종 해산물요리와 고기구이, 일식 초밥과 김치,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가 마련되어 있다. 뷔페의 백미는 당연 브라질식 고기구이다. 주말이면 인산인해로 1~2 시간 대기는 다반사며 뷔페의 단골인 우리가족에게는 천륜지락을 만끽하는 파티장이기도 하다. 뷔페에서 가족•동료•연인끼리 희희낙락 즐기는 모습에는 일상의 번뇌와 스트레스란 찾아볼 수 없다. 가끔 필자는 각자 수요에 따라 포식이 가능한 한바월더야말로 공산주의 ‘지상낙원’의 축소판이라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대중형 뷔페 한바월더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비결은 저렴한 가격으로 각국의 산해진미를 가족친지들이 모여 별 부담없이 맛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실 제한된 월급으로 가정생활을 영위하는 서민들에게는 값비싼 해산물•고구기이 전문점이 가족단위 외식공간으로는 문턱이 높은 곳이다. 한편 요즘에는 고급레스토랑이나 호화로운 술집은 ‘문전작라’이며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반부패 운동이 장기화되면서 공금을 탕진하는 정부공무원들의 관행적 접대가 대폭 감소했고 정부관료들이 기업이 제공하는 술자리를 삼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 개업한 대중형 음식점이 ‘호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한바월더 역시 기존 고급요리점을 대중형 뷔페로 문턱을 낮춘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미상불 서민이 혜택을 누리는 세상이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백성들이 반부패 정책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다.

  잠깐 화제를 돌려보자. 솔직히 나는 아들애가 물은 세 번째 질문에는 별로 확신이 없었다. 문득 본 화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2년 전에 현재 대련시 모 대학에서 철학과 교수로 근무하는 유학시절의 대학원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어느날 선배가 강의시간에 무심코 공산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강당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의외로 강의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해서 크게 당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당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향후 이네들이 이끌어갈 중국사회의 미래가 내심 걱정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필자의 걱정이 부질없는 노파심•기우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한편 공산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곤혹스럽다는 것이 진솔한 나의 심경고백이다.

  1958년부터 3년간 중국전역에서 성세호대하게 진행된 대약진운동은 중국식 ‘공산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시금석이었다. 1950년대 낙후한 농업국 면모와 후진적 산업체제 개선을 취지로 강행된 대약진운동은 농민주체의 인민공사를 주모델로 한, 급진적인 좌경노선의 산물이다. ‘공산주의 모델’인 인민공사는 생산수단을 소유한 농민들의 집체노동과 공동취사, ‘수요에 따라 분배’하는 공산주의 생산체제를 갖추었다. 인간의 주체적인 능동성을 과대평가하고 생산력 발전의 경제규칙을 위배한 대약진운동은 허위보고와 허풍을 떠는 사회풍조를 만연시켰다. 또한 비과학적인 생산방식과 폐철의 양산, 산림자원 훼손으로 천재(天灾)가 발생할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3년간의 자연재해와 ‘인재(人灾)’가 겹치면서 수천만의 아사자가 발생했고, 중국식 ‘공산주의’는 고작 3년만에 참담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전대미문의 문화대혁명이 끝나면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등소평이 주도한 개혁개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1980년에 인민공사는 드디어 해체되고 토지경영권을 농가에 맡기는 생산도급제가 도입되었다. 도시와 농촌에서는 생산수단을 사유화한 사기업과 개체호가 탄생하고, 국유기업 개혁으로 실업자가 양산되었다. 특히 중국식 시장경제를 의미하는 등소평의 ‘흑묘백묘론’과 사유재산의 인정(2004년)은 공산주의의 기본원칙에 크게 위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개혁의 성공은 8억 농민의 원바오(温饱)문제를 해결했고 중국사회는 바야흐로 샤오캉(小康)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이 또한 현재 중국에서 공산주의의 ‘룰을 깬’ 등소평을 원망하는 백성이 많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论)’은 오늘날 중국사회의 심각한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를 야기했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에 힘입어 오늘날 수많은 중국인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한편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선부론’이 초래한 역효과이다. 소득 불균형을 반영하는 지니계수는 0.73(2012년),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시진핑정부가 추진하는 중국몽(梦)의 핵심은 빈부격차 해소를 통한 ‘공동부유’이다. 극 소수의 부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균부론(均富论)’이 백성들의 환심을 사는 이유이다.

  21세기 현재 1950~60년대의 역사교훈을 참답게 섭취한 중국공산당은 선진 생산력과 과학발전관, 모든 백성이 ‘잘 사는’ 중국몽을 주창하고 있다. 갈길은 멀고 할일은 많다.

  요컨대 시진핑정부가 제시한 ‘두 개의 100년’ 국가비전인 샤오캉•대동(大同)사회의 꿈이 현실로 이뤄질 때, 13억의 중국인이 유토피아가 아닌 중국 특유의 ‘공산주의’로 성큼 다가서는 날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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