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의 자기장 감지 세포… 일종의 면역 세포로 밝혀져… 남은 가능성은 새의 망막
비둘기의 부리에 있다고 생각해 온 자기장 감지 세포가 사실은 면역 세포의 일종이며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비둘기나 철새가 부리에 있는 나침반 세포로 자기장을 감지해 길을 찾는다고 생각해 왔다.
오스트리아 분자병리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키스(Keays) 박사는 11일 '네이처(Nature)'지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둘기 부리에 있는 철분 함유 세포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체를 공격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macrophage)'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령 비둘기는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집을 찾아 돌아온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들어 비둘기 부리 윗부분에서 철분이 함유된 세포를 발견했다. 이후 철분이 함유된 세포가 나침반처럼 지구 자기장 신호를 포착하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거쳐 뇌로 전달된다는 것이 정설(定說)이었다.
하지만 키스 박사 연구진은 비둘기 부리 윗부분에 있는 세포는 수명이 다한 적혈구를 분해하면서 철분을 흡수한 것이며, 스스로 전기신호를 만들어 내지 못해 신경세포에 자기장 신호를 전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둘기나 철새는 수천km 떨어진 곳에서도 길을 정확히 찾을 수 있을까.
남은 것은 이제 새의 눈이다. 2008년 미국과 영국 연구자들은 새의 망막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자기장에 따라 형태가 바뀌면서 그에 해당하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역시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