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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사진? 졸업사진입니다 … 그해 한국을 담은

[기타] | 발행시간: 2015.07.22일 03:56
최근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콜라병이나 동전, 심지어 대통령의 모습까지 패러디한 학생들의 사진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과거 엄숙한 졸업사진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입니다. 졸업을 근엄한 의식이 아니라 유쾌한 축제로 여기는 요즘 청춘들의 모습이 의정부고 졸업앨범에 응축돼 담긴 것 같습니다. 청춘리포트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그 이면에는 청춘의 개성과 기성세대의 우려가 충돌하는 이야기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foneo@joongang.co.kr



“소품 사는 데 딱 1만5000원 들었어요. 아이디어 구상은 4월부터 했으니까 거의 세 달 넘게 고민한 거죠.”

 지난 14일 공개된 의정부고 졸업사진에서 코카콜라 병을 흉내내 유명세를 탄 이 학교 3학년 A군(18)의 얘기다. A군이 쓴 돈은 실제로 1만5000원이 전부다. 콜라병과 같은 색을 내기 위해 온몸을 감은 검은색 비닐봉투와 이를 몸에 붙일 테이프를 사는 데 2000원이 들었다. 코카콜라 로고는 집 근처 현수막 가게에서 1만원을 주고 제작했다. 수영모자로 재연한 뚜껑을 마련하는 데는 3000원이 들었다고 한다. 1만5000원으로 전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으니 그야말로 ‘초저가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오히려 소품비를 너무 많이 쓰고 요란을 떨면 잘 못 뜨는 것 같기도 해요.”

 성공 비결을 묻자 A군 옆에 앉아 있던 B군(18)이 답했다. B군은 “웹툰 ‘웃지 않는 개그반’의 등장인물 ‘담임테이너’를 코스프레했지만 코카콜라를 재연한 A군만큼 뜨지는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B군은 이번 졸업사진에서 크게 화제가 된 ‘100원짜리 동전’ 분장의 주인공이 소품을 구매할 때 동행했다고 한다. 그는 “100원 동전 분장을 한 친구도 큰돈을 쓰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전 본체는 스티로폼을 잘라 만들고 동전에 새겨진 글자와 숫자 양각은 종이를 오려붙여 만들었다고 했다. 그 위로 은색 래커를 칠하면 100원 동전이 완성된다고 한다.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들은 졸업생의 20% 정도다. 파격적인 코스프레가 부담스러워서 평범하게 사진을 찍는 학생들도 상당수라는 얘기다. 한 의정부고 3학년 학생은 “시간이 없어서 준비를 못했다. 친구들 찍는 모습을 보니까 부럽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사진 촬영 몇 개월 전부터 “나는 ○○○ 분장을 하고 찍을 것”이라며 미리 수싸움을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패러디가 겹쳐서 나오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소방호스로 논에 물 뿌리는 모습이 그랬다. 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분장은 모두 4명이 동시에 시도했다고 한다.

 인터넷상에선 의정부고 졸업사진을 두고 “유쾌한 풍자”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올해 박 대통령 패러디나 지난해 고승덕 전 교육감 후보 패러디 등을 두고선 “고교생들이 요즘 정치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선이 담겼다”는 해석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해석에 대해선 불편해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세간의 관심에 비하면 학생들의 바람은 오히려 소박한 것이었다.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학생들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에서 ○○○ 코스프레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을 때 사람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한 일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의정부고 졸업앨범의 실제 모습.

 의정부고의 톡톡 튀는 졸업사진은 언제 시작된 걸까.

 “처음에는 패러디가 아니라 그냥 웃음을 위한 변장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2011년 졸업한 선배가 최초로 시도했는데, 이후 의정부고의 전통처럼 자리 잡게 됐죠.”

 지난해 의정부고 졸업사진에서 메릴린 먼로 분장으로 화제가 됐던 이 학교 졸업생 최연호(19)씨 얘기다. 최씨는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외부 마케팅 창구인 학교 방송반 페이스북 페이지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2013년 10월에 페이지를 처음 만든 뒤 사진을 한 번 올릴 때마다 ‘좋아요’ 숫자가 1000명, 2000명 순으로 늘어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학생회에서 “겹치지 않게 해보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회의 결과 누가 더 잘 따라 하는지 보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졌다고 한다. 후배들도 선배들의 시도를 뛰어넘기 위해 미리 아이템 기획을 한다. 의정부고 1, 2학년 학생들은 “너무 이슈가 돼서 다음 졸업앨범을 촬영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면서도 “더 튀는 분장을 해서 의정부고의 개성 있는 전통을 잘 이어가겠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 같은 개성 넘치는 졸업사진을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유머 앱인 ‘피키캐스트’가 소품 마련 비용 등을 모두 제공하는 조건으로 독점 사진 촬영을 제의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거절했다. 졸업사진이 화제가 된 이후 언론사 수십 곳에서 취재 요청이 들어왔지만 이 역시 모두 거절하고 있다. 학교 측은 졸업사진의 개괄적 내용에 대한 설명도 거부했다.

 “학생들의 사진이 상업적으로 악용될까 우려스럽다”는 이유지만, 일부 교사 등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졸업생 최연호씨는 “지난해 촬영 때 교장 선생님이 사진 촬영을 저지하는 등 충돌이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이 이에 반발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졸업앨범에 사진을 반영키로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고승덕 패러디’로 화제가 된 졸업생 윤동섭(19)씨도 “어른들 보기에 이렇게 찍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지연이 됐다”며 “결국 교복을 입고 한 번 더 찍는 것으로 교감 선생님과 타협을 해 다시 촬영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자칫 과도한 정치·사회적 해석의 대상이 될까 봐 걱정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후배들이 계속 이 문화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이란 절차를 엄숙한 의식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축제로 여기는 요즘 청춘들의 생각을 기성 세대가 존중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영익·정혁준 기자 hanyi@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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