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인민법원이 한때 중국 최고의 여성갑부 중 하나로 꼽혔던 우잉(30세)에 대한 사형선고를 기각했다. 사금융 시장에 관심을 집중시킨 우잉에 대한 사형선고는 격렬한 온라인 항의와 원자바오 총리의 동정심 섞인 발언을 유발한 바 있다.
Millionaire Wu Ying was sentenced in 2009 for swindling investors.
네일샵을 대기업으로 변신시킨 우잉은 투자자 11명에게 3억8천만 위안을 사취한 혐의로 2009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중국에서 내려진 모든 사형선고를 검토하는 최고인민법원은 금요일 우잉에 대한 사형선고를 기각하면서 이번 사건을 저장성 고급인민법원으로 돌려보낸다는 판결을 내렸다.
“본 법원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액수가 크고 피해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으며 정부 재무관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하나, 전체적인 면에서 보았을 때 사형선고는 적합하지 않다고 결정했다”라고 최고인민법원은 성명에서 밝혔다.
“우리가 바라던 결과이다”라고 우잉 측 변호인 장양펭은 말했다.
우잉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 후 네티즌들은 금융사범에 사형을 구형하는 것이 지나치다며 항의했다. 이번 사건은 대기업은 국영은행에서 쉽고 저렴하게 대출을 할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전해야 하는 중국 금융체제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3월 기자회견에서 최고인민법원이 “우잉 사건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힌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 사건이 “사금융시장 발전이 중국경제 및 사회 개발수준에 못 미치고 있음을 보이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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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발언을 한 이래 원자바오 총리는 국영은행의 대출시장 “독점”을 깨트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금융체제를 전면쇄신하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다. 우잉의 고향인 동양 근처 원저우에서는 사금융체제 일부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시범 프로젝트 안이 통과되었다.
농부의 딸인 우잉은 자신이 경영하던 저장성의 네일샵을 대기업인 벤세 홀딩그룹으로 성장시키면서 자수성가한 창업가로 유명해졌다.
중국 부유층 순위를 발표하는 후룬 리포트 2006년판에서 우잉은 36억 위안 자산으로 68위를 기록했다.
다양한 사업에 대출업을 겸영한 그녀는 투자자들에게 모집한 자금을 사업과 대출에 이용했다고 변호진은 밝혔다. 비정규 대출과 사모 투자, 사채 등을 총괄하는 사금융 시장에서 활동한 것이다.
중국의 사금융 시장 규모는 확실하지 않지만 경제학자들은 도시고용의 약 8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자금모집에서 사금융 시장이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작년 10월 UBS는 중국 사금융 시장이 최대 4조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대부분이 원저우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정규 대출시장인 중국 은행들은 매년 8조 위안을 신규 대출한다.
국영언론인 신화통신에 따르면 우잉이 80%에 달하는 연수익률을 약속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7억7천만 위안을 모집했으나 3억8천만 위안을 갚지 못했다고 검찰이 기소했다고 한다. 우잉의 변호인은 그녀가 일반인이 아니라 친구들로부터 돈을 빌렸으며 이렇게 모집한 자금을 벤처사업에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100개 이상의 부동산과 페라리 및 BMW 등 차량 41대, 대다수 옥으로 구성된 1억여 위안 가치의 보석을 포함한 우잉의 투자자산 일부 사진을 공개했다. 본 사진이 재판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힌 변호인은 그녀가 사적인 용도로 투자자금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독립적인 법률 전문가들은 우잉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진 이후 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화혁명 시대 권력을 휘둘렀던 4인방의 변호를 맡았던 장시지는 그녀가 해외도피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취 의도가 있었다면 다른 범죄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산을 바꿔서 해외 도피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중국에 남아있는 자산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장시지는 최고인민법원에 대한 2월 공개서한에서 밝혔다.
중국정부가 사형을 줄이려는 시점에서 이번 선고가 내려졌다. 중국은 사형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지만 샌프란시스코 인권단체인 두이화 재단은 2011년 중국에서 4천 명이 사형된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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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실수와 사형 남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2006년 중국정부는 지방법원 관할이던 사형 결정권을 23년 만에 최고인민법원으로 넘겼다.
작년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는 경제 및 비폭력 범죄를 대거 제외하면서 사형 대상 범죄 수를 68개에서 55개로 줄인 바 있다.
“우잉 사건은 기존의 사형제도 개혁노력과 비폭력 범죄를 사형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국민심리를 강조하고 있다”라고 두이화재단 수석연구관리자인 조슈아 로젠즈윅은 분석했다.
각 사안에 대해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중국 소셜네트워크에서 네티즌들은 최고인민법원의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블로거 리종웨이는 “우잉 사건이 관심사안으로 떠오르지 않았다면 사형 취소가 이루어졌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Wenju007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은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올렸다. “우잉에 대한 최종 판결이 무기징역이나 장기형이 아니기를 바란다. 교도소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