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사극 본좌' 송일국이 대하드라마 '장영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또' 사극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송일국은 극 중 처음으로 노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송일국의 연기는 그의 걱정과 달리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3일 방송된 KBS1 대하드라마 '장영실'(이명희 마창준 극본, 김영조 연출) 에서 송일국은 성인 장영실로 첫 등장 했다.
1회 오프닝에서 노인 분장을 하고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송일국은 이번에는 꿈 많은 청년 장영실로 나타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시절 아버지 장성휘(김명수)가 남기고 간 편지를 통해 재능이 있어도 노비라는 출생 때문에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장영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관노로서 일을 하면서 묵묵히 세상을 살아갔다. 여전히 핍박 받고 서러웠지만 참고 또 참았다.
특히 장영실은 도망치다 붙잡힌 자신의 동료가 말에 매달려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구해주러 나섰다. 그러자 장희제(이지훈)는 "너는 언제 도망갈 거냐"면서 비아냥거렸다.
장영실은 무섭게 눈을 뜨면서 "저를 육시 내는 꼴을 보여드리지는 못할 거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장희제의 옆에 있던 이가 장영실의 목에 칼을 들이 밀었고, 장희제는 "셋을 셀 때까지 빌지 않으면 베어라"라고 명했다. 이에 장영실은 모두 잘못했다면서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이처럼 뜨거운 응어리를 숨기고 있는 장영실의 면모를 송일국은 강렬한 눈빛 연기로 표현해냈다. 세상에 대한 설움과 분노가 그의 연기를 통해 느껴졌다.
장영실은 밤이 되자 또 다른 사람이 됐다. 그는 별에 대한 관심을 여전히 품고 있었다. 장영실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명나라에 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나라에 별 보는 기구가 있거든. 저 하늘이 돌아가는 원리를 자세히 알 수 있대"라고 설명했고, 친구는 "별에 미쳤구나"라고 말했다.
이에 장영실은 "그래. 나 별에 미친놈이다. 장영실은 별에 미친 조선의 노비다"라고 소리쳤다. 자신의 현실을 개탄함과 동시에 희망을 품은 외마디였다.
이때의 송일국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을 보듯이 꿈 많고 희망찬 장영실을 표현해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맞는 연기를 해내는 송일국은 역시 '사극 본좌'다웠다.
앞서 송일국은 "사극은 많이 했지만 보통 장군, 왕 역을 많이 했다. 노비는 처음이다. 감독을 처음 봤을 때 왜 나를 캐스팅 했는지 물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영조 감독은 "송일국은 섭외 1순위였다"면서 얼굴에 신뢰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일국의 연기를 직접 보니 감독의 믿음의 이유에 납득이 간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KBS1 '장영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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