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배우 송일국은 역시 '사극 본좌'였다.
지난 26일 KBS1 드라마 '장영실'(이명희 마창준 극본, 김영조 연출)이 종영됐다. 총 24부작으로 다른 사극보다 짧아 금방 끝났다는 느낌을 안겨주며 시청자를 떠났다. 이에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장영실'은 15세기 조선의 과학기술을 세계 최고를 만들어 내는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대한민국 최초의 과학 사극 드라마를 표방했다. '신데렐라 언니'의 김영조 감독은 이 드라마도 아름답게 만들어냈다. 특히 밤하늘의 별을 포착하는 등 영상미가 뛰어나고, 장영실의 발명품을 리얼하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였음을 느끼게 했다.
'장영실'은 송일국에 의한, 송일국 드라마였다. 송일국은 노비부터 갖은 역경을 이겨내고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기까지, 한평생 과학 발전을 위해 애쓴 장영실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냈다.
송일국은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사극 전문 배우'다. 그는 '해신', '바람의 나라', '주몽'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때문에 송일국의 '장영실'은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았다. 그가 '정도전'을 잇는 신화를 쓸 것으로 점쳐졌다. 비록 '장영실'은 시청률 10~11%에 그쳤지만, 이 드라마는 과학의 중요성을 알려줬고 송일국의 연기력은 호평 받았다.
송일국의 '장영실' 연기는 같은 사극이지만 이전과 달랐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최초로 노비 연기에 도전했다. 장영실로 변신한 송일국은 장군이나 왕으로서의 모습과 달리 새로웠다. 그동안은 상남자에 마초적인 점이 부각됐다면, 이번에는 조선시대 뇌섹남이라는 사실이 포인트였다. 송일국은 세상에 대한 설움을 가졌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품은 장영실의 모습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냈다.
특히 장영실은 갖은 고난을 이겨내면서 재능을 인정 받아 해시계, 물시계 등을 만들어냈다. 송일국은 별에 미친 남자부터 무엇이든지 원리를 간파하고 만들어내는 장영실의 면모를 밝고 희망 넘치게 그려냈다. 그의 호탕한 웃음은 보는 이들도 기분좋게 만들었다.
장영실과 사람들의 과학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 속에서 로맨스도 피어났다. 장영실과 세종(김상경), 이천(김도현)은 뜻을 함께 하면서 조선의 과학을 위해 노력, 브로맨스를 꽃피웠다. 장영실과 소현옹주(박선영)의 애틋한 사랑도 쏠쏠한 재미를 안겼다.
마지막 방송에서는 장영실이 세종을 시해하려 했다는 역모죄를 뒤집어 쓴 모습이 그려졌다. 사대부는 장영실을 죽이고 기록도 모두 지워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종은 80대 형을 내리고 장영실의 기록을 보존했다.
고문을 당한 후 집에 돌아온 장영실은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하다가 깨어났다. 하지만 그는 돌덩이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간 동안 세종과 이천이 세상을 떠났고, 장영실은 긴 잠에서 깨어났다. 마침내 동력으로 움직이는 시계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이에 소현옹주는 함께 만들자고 말했고, 이후 장영실이 죽을 때까지 시계를 생각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마지막으로 '장영실'에서는 "15세기에 전 세계가 이룬 과학 업적은 80가지다. 그 중 조선이 34가지, 중국은 5가지, 일본이 5가지였다"는 내레이션이 흘러 나오며 종지부를 찍었다. 이를 통해 장영실이 과학 발전에 이룬 업적을 기억하자는 드라마의 의미가 각인됐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KBS1 '장영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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