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에만 1만1916명 적발, 공식 집계 이후 사상 최대
- 여성ㆍ청소년ㆍ外人 비율 급증…‘시세차익’ 노린 조선족 증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 사범이 사상 최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았던 한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도 위협받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여성ㆍ청소년ㆍ외국인 마약사범의 적발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동향’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12월말까지 사법당국에 덜미를 잡힌 마약사범은 총 1만191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9984명)보다 19.4%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종전에는 2009년(1만1875명)이 가장 많은 숫자였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의 전체 마약 사범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2002년도 대규모 단속(마약 공급조직 10개파, 224명 적발)이 이뤄지고 2003년부터는 7000명 선으로 감소했다. 반면 2007년부터 다시 증가해 2009년 1만명을 넘어섰고, 2010년 이후 9000명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약 사범 급증으로 견고하게 지켜왔던 ‘마약 청정국 지위’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마약 생산이나 유통이 쉽지 않은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돼 왔다. 통상 유엔은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불과 수년 내에 이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약 사범의 최신 경향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신종마약류가 거래되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마약과 거리가 멀었던 여성과 청소년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적발된 여성 마약사범은 2272명으로 전체에서 19.1%를 차지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마약류사범은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던 2009년(2790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1000~1500여명 안팎의 사범에 그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사범 증가 이유로 인터넷ㆍ유흥업소 등 거래 통로가 다양해지고, 성매매 종사자를 중심으로 마약류 구매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중독에 취약한 점도 또다른 이유로 꼽힌다.
청소년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19세 미만 마약류 사범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0.4%에서 2014년 1%, 작년 7월 기준으로는 1.3%까지 올라갔다.
외국인 사범의 급증도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 적발 외국인 마약사범은 총 640명으로 전년 동기(551명)보다 20% 가까이 급증했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조선족 포함)이 314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태국(122명)ㆍ미국(53명)이 뒤를 이었다. 조선족 마약사범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마약 가격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밀반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마약류 단속 강화를 위해 중국을 비롯한 외국 사법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신종 마약류 등 실질적인 단속정보를 국내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부처 간 협업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