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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비방울은 혼자 되여 내리지 않는다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7.25일 14:42
 (밀산) 피금련

  (흑룡강신문=하얼빈) 한 여름 할빈의 중앙대가.

  높은 빌딩과 붐비는 교통체증으로 몸살이를 앓던 도시의 공간을 헤가르며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사이를 이어주는 비줄기속에서 우산들이 때를 같이하여 기다렸다는듯 여기저기 꽃처럼 활짝활짝 피여났다.

  모든 건물, 거리풍경들이 젖어들고 있었다. 가로등이 길을 따라 빛을 수놓았고 그 빛속에서 비물에 젖은 보행거리는 거울처럼 반짝거렸다. 량쪽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현대적인 분위기가 고풍스럽고 우아하고 신비로운 빛과 어울려 고흐의 그림처럼 일렁이는 풍경이 일품이다. 할빈만의 분위기며 매력이다. 비에 젖은 할빈은 제법 감성적이다.

  ‘아, 춥다! ‘

  나는 문득 오싹 한기를 느끼며 자신도 모를 추위에 떨었다. 비 내리는 날이면 나의 의식은 언제나 감수성 여린 녀고생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비속에 젖어들군 했다. 비오는 날의 고즈넉함과 쓸쓸함이 외로움을, 혼자임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 보였다. 출렁이는 인파속에서 사람들과의 벽이 느껴지며 내가 이곳의 이방인이라는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였다. 이 낯선 도시에서 나는 비방울처럼 그렇게 혼자였다.

  비오는 거리의 한 풍경이 되고싶어 나는 비속을, 사람들사이를 걷고 걸었다. 비속에 내 전부를 맡기였다. 젖은 옷이 몸에 찰싹 달라붙어 한기가 전해지며 점차 뼈속까지 스며들었다.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였다. 허구많은 세월동안 나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느라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안에 갇히여 자기보다 남을 의식하며 일희일비의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비 내리는 할빈의 밤하늘 아래서 나는 지나가는 우산들을 구경하며 실시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한 우산속에 같이 들어가 어깨를 감싸안고 걷는 두 사람, 우산 하나로 비속에서 서로의 삶에 살포시 젖어들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한쪽 어깨가 젖는줄도 모르고 행복에 도취된 아빠, 엄마들, 그런 아빠, 엄마 손에서 빠져나와 비물 고인 곳에서 첨벙첨벙 뛰여다니며 깔깔대고 있는 아이들, 동화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우산 사이를 건너뛰며 복잡한 양상을 띠고있는 부자연스러운 모습들도, 나처럼 혼자 젖어 더 이상 우산이 의미가 없게 된 또 다른 세계도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의 사연이 다른만큼 삶의 모습들도 참으로 다양했다. 모두가 다른 풍경속에 이 도시엔 이야기가 많이 쌓아가고 있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우중충한 도시의 인파속에서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잉여인간 같았다. 비는 지나간 시간들을 적시였다. 비와 함께 내 마음도 젖어갔다. 어쩌면 나에겐 늘 비가 내리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외로움을 감기처럼 달고 다니는 나, 어둠속에서 나는 자기 상처를 열어보며 그 상처를 끌어안는다. 만나고 설레이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헤여지고 아프고… 사랑도 미움도, 슬픔도 기쁨도 그리고 사람도 세월도 마치 한줄기 소낙비처럼 그렇게 지나가고 떠나갔다. 기약도 없이 왔다가 나를 흠뻑 적셔놓고 그렇게 스치는 소낙비 인연으로 모두가 떠나가고 지나갔다.

  세상에는 인연이 넘쳐난다. 스치는 인연도, 스며드는 인연도. 스치는 인연이라면 저 비물처럼 흘러가 버릴것이며 스며드는 인연이라면 마음을 적셔드는 오아시스로 흘러들것이다. 소낙비처럼 만났다가 헤여지는 인생 륜회의 길에서 내 마음의 우산이 되여 동행했던 가족, 친구, 동료, 선배 그리고 지금까지의 추억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준 특별한 인연들…내 삶에 벌어졌던 모든것이 감사였다는 느낌이 문득 백년동안 잠자던 숲속의 공주처럼 살아났다. 그리고 외로움은 내 옆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무장하고 마음의 문을 닫았기때문이라는것을, 외로운 사람의 마음은 한 여름에도 춥다는것을. 일상을 벗어난 타향의 비속 특별한 분위기속에서 새삼 깨닫게 되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방울은 혼자 되여 내리지 않고 한방울의 비방울에도 둥근 물분자 수백개가 모여있다고 한다. 비방울은 비방울끼리 만나야 비물이 되여 서로 젖는것이다. 우리 삶도 어쩌면 더불어 살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나’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우리’로 교집합을 만들며 살아간다면 세상은 훨씬 수월해질것이며 그만큼 인생길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것은 행복한 일인것이다. 내 인생 막이 내리고 이 세상을 물러갈 때, 눈물 한방울로 슬퍼해줄 사람들도 그들가운데 있을테니 말이다.

  나도 누군가를 위해 다정한 우산이 되고싶고 진실한 사람이 되고싶고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싶다. 비오는 날의 추억 한페이를 간직한채 비방울의 련가를 조용히 벗하며 나는 흘러가는 비물처럼 스치는 인연으로 이곳을 떠났다.

  비내리는 어느날 할빈의 중앙대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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