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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전 인정 못잊어 불원천리 달려온 남방농민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6.07.27일 10:41
강소성 복광미농민 온 가족 데리고 제2고향 달라자에 달려와



필자(가운데)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 복광미씨 일가족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성실로 내용을 이뤄가는 것이다”는 명언이 있다.

필자가 일전에 만난 복광미씨는 바로 이 명언의 주인으로 성실로 인생을 가꾸는 사람이였다.

이런 일이다.

지난 7월 17일 오전 10시경, 필자는 도문시 석현진 향양촌 달라자(大磊子)툰 김수표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오기자선생님, 지금 바로 달라자에 오세요. 방금 강소성에서 한 가정의 3대(아버지, 아들, 며느리, 손자 4명)손님들이 나를 찾아 왔는데 아마도 오기자가 접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달라자는 필자가 나서 자란 고장이다. 지난세기 6, 70년대에 필자는 달라자툰의 공청단지부서기, 정치대장, 집체호(지식청년) 정치호장을 지낸적이 있었다. 그래서 달라자사람들은 늘 필자를 두고“살아 있는 달라자화석”이라고 친절히 부르고있다.

필자는 하던 일을 접고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달라자로 향했다.

강소성에서 찾아온 손님

손님은 강소성 서주시(徐州)의 현급도시인 비주(坯州)시 연자부진 진루촌(燕子埠鎭 陳樓村) 농민 복광미(卜廣米,69)였다.

광미씨는 자기 신분이라며 퇴역군인증명서를 보여 주었다.

사진까지 박힌 “퇴역군인증명서”였다.

(75)길(吉) 퇴자제 037119호

복광미동지는 강소성 비현사람으로 1969년 4월에 입대한후 영광스럽게 병역의무를 리행하고 현역에서 퇴출함을 증명한다.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 1975년 3월 10일

함께 온 복광미씨의 아들 복소비(卜召飛)가 아버지를 대신하여 설명했다.

아버지는 지난해에 불시에 조강지처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후 양사양업을 하면서 애달픈 마음을 달래고 있다는것, 며칠전에 아버지가 하는 말씀이 “아들아. 네 어머니가 저세상으로 간후부터 내 마음이 한없이 괴롭구나! 나도 인젠 70나이인데 죽기전에 꼭 한번 다녀오고싶은 곳이 있단다…”

“지금 우리가 넉넉하게 살만하니까 아버지가 가보고 싶다면 어디나 모두 갈수 있습니다. 북경에 가고싶습니까? 아니면 상해에 가고싶습니까?”

1500여세대 되는 진루촌에서 15년간 촌장 겸 서기사업을 하고있다는 소비는 아버지가 가겠다면 아들, 며느리, 손자까지 함께 효도려행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꼭 가보고싶고 가보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는 고장이 바로 북경도 아니고 상해도 아닌 조국변강에 자리잡은 도문시 석현진 달라자였다.

복광미의 고향정

복광미는 1969년 4월에 참군한후 전쟁준비로 1970년부터 반년간을 달라자에 주둔하면서 모 고지에 산굴(山洞)을 파는 임무를 수행하였다.

그때 복광미네는 김씨네 집에 주숙을 잡았는데 김씨네 부부와 자식들은 자기의 옷견지와 이불까지 빨아주고 휴식날이면 맛좋은 조선족음식까지 만들어 푸짐하게 대접했었다.

복광미씨는 철이 없던 20살 나이에 집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면서 받았던 따뜻한 사랑을 지금까지 잊을수 없다며 죽기전에 김씨네를 만나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고 이실직고했다.

그런데 불원천리하고 달려와보니 그때 그시절의 친인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고 자식들마저 마을을 떠나다보니 결국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는것이 그렇게도 섭섭하단다.

“그 때 김씨네 집에 늘 다니는 지식청년 처녀애가 있었는데 혹시 그녀라도 보고갈수 있다면 원이 풀리겠는데…”

복씨의 입속말에 그당시 집체호 정치호장이였던 필자가 혹씨 그녀의 성을 기억하는가고 물으니 성은 확실하지 않는데 짧은 두 쌍태머리가 기억에 생생하단다.

필자가 핸드폰에 저장한 당시의 집체사진(1969년 12월 9일 달라자 청년 김영화가 참군할 때 찍은 기념사진)을 보이면서 복씨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찾으라고 했더니 바로 집체호에서 제일 나이 어린 쌍태머리처녀 박순희를 대뜸 짚어내는것이였다.

박순희(65)는 그때 집체호에서 제일 나이 어리고 웃기를 좋아해 동네사람들의 사랑을 거의 독차지한 귀염둥이 처녀애였다.



47년전에 찍은 사진에서 “짧은 쌍태머리처녀”박순희씨(중간줄 오른쪽 첫 사람)

필자는 박순희를 꼭 찾아야 하겠다는 속셈으로 이들에게 먼저 도문으로 돌아가서 주숙을 잡은후 두만강변 유람을 하면서 필자의 소식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한 오리의 희망이라도 실현할수 있게 된 복씨는 흥분되였다. 46년만에 찿아온 그의 제2고향이니 그럴만도했다. 복씨의 청에 의해 필자는 마을 로인활동실에 걸려있는“고향정”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복씨와 함께 “고향정”을 만끽하였다.

뜻깊은 만남과 약속

오후 한시 반경, 필자가 복소비한테 박순희를 찾았으니 만날 장소를 정하자는 전화를 했다.

만남의 장소로 도문의 관광명소 “쏘련홍군렬사기념비”를 택했다.

몇분후에 복씨네 일가가 지정장소로 먼저 왔다. 그런데 오후 한시까지 기다려봐도 박순희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4시발 대련행 고속철도기차표를 끊은 복씨네는 안절부절못했다.

순간 박순희가 도착, 순희씨는 당년에 찍은 몇장의 사진까지 챙겨가지고 왔다.



박순희씨와 만나 회포를 나누는 복광미씨

수십년 지났지만 첫눈에 박순희를 알아본 광미씨는 반갑다며 순희씨의 두손을 잡고 힘을 주어 흔들고 또 흔들었다. 그런데 순희씨는 기억이 희미하다며 46년전의 수줍던 웃음을 그대로 재생시켰다.

당년의 나어린 19살 도시처녀와 22살 군인총각은 사진을 훑어보며 그때 부대의 사무장이 사씨였다고 하였다.

기차발차시간이 각일각 다가왔다. 시간을 더는 지체할수 없었다.

비록 낯선 사람이였지만 순희씨는 택시를 잡아 곡수에 자리한 도문북기차역으로 그들을 전송하였다.

떠나면서 남기는 복소비의 약속이다.

“가을에 다시 한번 오겠습니다. 오늘 만난 고마운 분들을 우리 촌에 초청합니다. 우리 촌은 ‘백모녀’의고향으로 당년에 ‘백모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동굴이 지금도 보존되여 있는 유명한 유람지입니다.”

“ 잘가세요! 또 오세요!”

그네들을 보낸후 떠오르는 생각이다.

오늘 필자는 한 보통인간을 보았다.

70대 농민인 복광미씨는 46년전에 감사했던 사람들과 일을 못잊어 감사의 뜻을 표하고저 멀고 먼 강소에서 불원천리 변강의 조선족농촌마을을 찾아왔다.

가슴에서 파도치는 숨결따라 오래동안 마음속에 넣어두었던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20대 나이에 잊을수 없었던 그리운 얼굴들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잠시나마 도문에 머물다간 강소성농민 복광미씨, 그의 도문나들이가 깊은 사색의 여운을 남겨준다.

오기활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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