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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 사이 ‘졸혼 시대’…별거와 뭐가 다르길래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05.21일 11:55
드라마·예능 졸혼 소재 잇따라 다루는 등 ‘트렌드’

은퇴 남편 집안 간섭에 ‘삼식이’ 되자 부인들 고민

수명 증가·이혼 부담· 개인 행복 욕구에 선택 늘어

“별거와 달리 졸혼은 이혼 파국 피하기 위한 유턴”

“주기적인 교류로 정서적 관계 유지해야 의미 있어”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어요.”


결혼 35년차인 주부 김정자(62·가명)씨는 올해 초 남편과 ‘졸혼(卒婚)’을 했다. 지난해 은퇴한 남편은 하루 종일 집에 머물면서 사사건건 집안일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김씨가 외출할 때마다 남편이 “내 밥은 차려놓고 나가냐”면서 하루 세 끼를 꼬박 챙겨 줘야하는 ‘삼식이’까지 되자 지긋지긋했다.


김씨는 지난 1월 막내딸이 출가하자마자 남편에게 “이제부터 각자의 삶을 즐기자”며 졸혼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이혼하자는 말이냐”며 결사반대했던 남편도 오랜 대화와 고민 끝에 동의했다. 평소 귀농을 꿈꿨던 남편은 현재 고향에 내려가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서울에 머물면서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영어회화와 꽃꽂이를 배우고 있다.


김씨는 “떨어져 있어도 남편과 수시로 연락하고 2주에 한번 씩은 자식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면서 “오히려 함께 살 때보다 싸우지도 않고 대화도 훨씬 많아졌다”며 현재 삶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근 이혼 대신 졸혼을 고민하고 있는 중년부부가 늘고 있다. 졸혼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다. 부부가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졸혼이란 단어는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졸혼을 권함’이란 책을 통해 처음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백일섭(73)씨가 40여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졸혼을 했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다.




백씨는 “함께 잘 살려면 서로 예의를 지켜야 하는데 내 성격이 그렇지 못했다. 노년을 서로 즐기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졸혼 이유를 밝혔다. 최근 졸혼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도 잇따라 방영되는 등 대중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들의 헤어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황혼이혼’이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했던 부부의 이혼이 390건에 달했다. 10년 전에 비해 68.8%(159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은퇴 시기에 몰린 50~60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에서 황혼이혼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은퇴하거나 퇴직 이후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뀌고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서로 불편해지고 전에 없던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뒤늦게라도 내 인생을 살겠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점도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예전에 30년 정도였던 결혼생활 기간이 이제는 70년까지 늘어나고 있다. 결혼생활에 따른 불만을 그저 참으면서 살기에는 남은 인생이 너무 길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 대신 졸혼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졸혼이 부부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편의성과 자유로운 삶 추구, 이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싶지 않아 새롭게 등장한 결혼 유지 형태라고 분석한다. 극단적인 이혼을 피하기 위한 대안책이라는 점이다.


같이 살기는 싫으나 이혼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 이혼 후 노인 빈곤과 주위의 부정적 시선을 감내하기는 엄두가 나지 않아 졸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별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간의 정서적인 유대 관계는 유지하면서 사생활과 자유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상담복지학과 교수는 “별거는 부부관계가 파탄돼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결정하는 반면 졸혼은 정서적 신뢰를 갖고 따로 살면서 서로에 대한 간절함도 경험하고, 서로 못 다한 자기만의 소망을 이뤄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서 “별거가 이혼을 향해가는 화살표의 중간지점이라면 졸혼은 이혼을 피하기 위한 유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직 이혼이나 별거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반면, 졸혼이라고 하면 오히려 트렌드를 주도하는 신세대 중년 이미지를 받는다”면서 “남편이 시골에 내려가 따로 집을 얻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상당히 경제력이 있는 집안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부(富)가 강조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젊은 부부나 미혼남녀들도 대체로 졸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혼 5년차 주부 송모(33)씨는 ”TV에서 졸혼에 대한 얘기를 봤는데 요즘 육아에 지친데다 남편과 대화도 거의 없어서 같이 사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이가 커서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 남편과 졸혼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하긴 힘들 테니 황혼이혼보다는 졸혼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혼인 장수정(28·여)씨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께서 다투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어릴 때는 부모님이 이혼할까봐 겁났지만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까 이제라도 서로를 위한 삶을 가졌으면 한다. 이혼이 부담스러우시면 졸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회원 548명을 대상으로 졸혼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혼남녀 5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남성(54%)보다 여성(63%)이 배우자에게 졸혼 의사를 전달할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졸혼을 결심하게 될 것 같은 이유로는 ’결혼 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하고 싶어서(57%)‘가 가장 높았으며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서(22%)‘,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할 것 같아서(18%)‘ 등을 꼽았다.




반면 졸혼에 대해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파괴된다‘, ’서류에 도장만 안 찍었을 뿐이지 이혼과 같다‘등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부부가 정기적인 교류를 지속적으로 하는 등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졸혼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졸혼을 해도 서로 왕래가 없다면 결국 이혼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졸혼 기간이 길어지면 마음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졸혼을 결정한다면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만난다‘, ’가족행사에는 함께 참여한다‘ 등 나름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정서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졸혼이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별거나 다름없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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