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태평양전쟁 직전까지 핵무기 개발을 진행하다가 패전 후 관련 사업을 '올스톱'시켰다. 1964년 중국 핵실험을 계기로 잠시 일본 내에 '핵무장론'이 일었지만, 미국의 만류로 미국이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하지만 일본이 '핵무기 만들 능력'까지 팽개친 건 아니었다. 일본은 잠재적인 핵 능력을 보유하기 위해 1956년부터 '핵연료 재처리'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1988년에는 비핵 국가 중 유일하게 미국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권한을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1993년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공장을 세웠다. 핵 쓰레기를 줄이는 동시에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추려내는 시설이다. 이 공장과 별도로 1986년부터 1조엔을 들여 플루토늄 대량 확보가 가능한 '몬주'라는 고속증식로도 만들었다. 몬주는 이후 비용 문제와 기술 문제가 불거져 폐로 결정이 내려졌지만, 일본 정부는 "대신 프랑스와 공동으로 고속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은 핵무기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7.8t을 보유하고 있다. 비핵 국가 중에서는 최대 규모이고, 기술력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도 2013년 같은 권한을 달라고 미국에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동북아에 핵무장 경쟁이 벌어질 경우, 우리는 플루토늄부터 구해야 하지만, 일본은 그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의 핵무장 능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일단 일본이 핵무장에 착수하면 단기간에 성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1994년 영변 핵위기 당시, 일본 군수산업 관계자가 구마가이 히로시 당시 관방장관에게 '(기술적으로는) 3개월이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2014년 미국 NBC방송에 "일본은 지하실에 핵폭탄이 있다"고 한 적도 있다. 당장은 핵폭탄이 없지만 6개월 정도면 만들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이 있다는 뜻이다. 작년 6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도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미·중이 북한을 제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일본은 하룻밤 새 핵무장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