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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간질환자인 여섯 살 아들을 두고 자살하려다가 결국…

[기타] | 발행시간: 2012.08.08일 00:00
['선우합창단' 이종진 단장] 세 살 때 백혈병 앓던 아들 뇌손상 입어 결국 장애1급

소아암 환자·가족 격려 결심… 합창단 꾸려 병동서 정기 공연

생활고에 한때 자살 생각도… 지금은 웃음치료사로 새 삶

지난 6일 오후 5시 30분,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암병동 복도에 고운 합창곡이 울려 퍼졌다. 금세 환자와 가족 10여명이 몰렸다. 휠체어에 탄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박수를 쳤고, 부모들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17명으로 구성된 '선우합창단'. 제대로 된 무대도 보수도 바라지 않는 자원봉사 합창단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30분이 되면 이곳에서 노래를 부른다. '선우'는 소아암을 앓다 완치됐지만, 뇌손상으로 지체장애 1급이 된 이종진(47) 단장의 아들 이름이다.

이씨는 "소아암 환자들을 보면 아들이 생각나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아들 선우는 세 살이던 2002년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모아놓은 돈은 병원비로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병원비를 구하느라 카드사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3년이 지나자 경기도 양주시 22평 아파트가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방 한 칸짜리 옥탑방으로 쪼그라들었다. 빚을 갚지 못한 이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씨는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음악 아카데미에서 1년 공부했다. 이후엔 국내에서 오페라 조역이나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음악잡지 편집장도 지냈다. 그러나 아이의 병 앞에서 그의 노래 솜씨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씨는 삶이 너무 힘들어 선우가 여섯 살 때 자살을 결심했다. 뛰어내리려는 순간, 옥탑방에서 아빠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씨는 옥탑 지붕에 그대로 멈춰 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선우의 목소리는 "아빠 나도 이렇게 사는데,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지난 6일 오후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암병동에서 이종진(왼쪽) 단장과 단원들이 환자들과 가족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선우는 그해 겨울 백혈병 완치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뇌 손상을 입어 지체장애 1급 간질환자가 됐다. 이씨는 낙심 대신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땄다. 처음엔 아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선우도 이씨가 우울한 날이면 하루 종일 밥도 먹지 않았다. 선우를 위해 시작했지만, 웃음치료는 이씨 스스로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 이씨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곪았는지 깨달았다. 그는 직업 자체를 웃음치료사로 바꿨다.

"병원에서 본 환아 부모는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세상에 대한 원망이 많아요. 문득 그분들이 잠시라도 행복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노래'였다. 지난 1월, 이씨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동에 홀로 서 첫 노래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렀다. 노랫소리를 들은 환자 부모가 병실 밖으로 나와 박수를 치며 함께 노래를 불러줬다.

지난 4월부터는 이씨를 돕겠다는 사람들도 생겼다. 같은 교회에 다니던 성가대원이 함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이씨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자, 성악 전공자 2명이 참가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친구를 데려오고, 그 친구가 자신의 자녀를 데려왔다. 지난 6월 29일 17명의 멤버가 모여 이씨의 아들 이름을 딴 '선우합창단' 창단식을 가졌다. 병원은 "매주 정기적인 공연을 하는 것은 선우합창단이 처음"이라고 했다. 단원들은 공연이 있는 날이면 1시간 30분 전에 모여 함께 연습을 한다.

이씨는 "성악을 할 땐 훨씬 더 화려하고 큰 무대에도 많이 서 봤어요. 그땐 관객이 많이 오면 기뻐했는데, 병동에서 노래 부를 땐 지난주에 본 환자가 병을 이겨내고 퇴원해 보이지 않으면 기쁜 마음이 듭니다. 관객이 많이 없길 바라는 합창단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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