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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잡는 폭탄, 북한 노리나

[기타] | 발행시간: 2012.08.16일 10:31
미국이 경제위기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와중에 유독 돈을 아끼지 않는 무기가 있다. 바로 미국 공군이 최근 실전 배치한 초대형 관통탄(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이다. 미군은 2009년 보잉사와 벙커버스터(관통탄) 20기 구매 계약을 맺고, 지금까지 이 벙커버스터를 위해 3억3000만 달러(약 3700억원)를 투입했다. 2009년이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 진행될 때였지만 이처럼 과감하게 큰돈을 쓴 것이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비밀리에 8200만 달러(약 927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형편에 이런 지출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용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벙커버스터(Bunker Buster)란 지하 깊숙이 자리 잡은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폭탄을 말한다. 벙커버스터의 역사는 1955년 지하시설물 타격용 핵무기인 B53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2년 10월 쿠바 핵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에 의해 실전 배치되었다. 실전에서 벙커버스터가 쓰인 것은 베트남 전쟁이 처음이었다. 초창기 벙커버스터 모델인 '마크84'는 무게 2000파운드(907㎏)로 약 90㎝ 두께의 콘크리트를 관통하는 파괴력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콘크리트 구조물은 별로 견고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건축 기술의 발달로 오늘날 구조물들은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만큼 훨씬 더 단단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전보다 더 파괴력 강한 벙커버스터가 필요하게 되었다.

ⓒAP Photo 2007년 3월 미국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작업자들이 초대형 관통탄(벙커버스터)을 옮기고 있다.

현대 전쟁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했던 벙커버스터는 보잉사가 제조한 길이 6.25m, 무게 13.6t짜리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의 하나인 GBU-57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 폭탄은 미군이 현재 보유한 재래식 폭탄 중 가장 덩치가 크다. 90㎝ 정도 두께를 뚫고 터졌던 초창기 벙커버스터와 달리 이것은 60m 두께까지 뚫고 들어가는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한다.

"벙커버스터 쓸 준비 되었다"

최근 벙커버스터가 사용된 것은 이라크에서였다. 미군은 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2003년 3월20일 밤, 최측근으로부터 후세인과 두 아들이 바그다드의 한 지하 벙커에서 잠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조지 테닛 CIA 국장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부리나케 백악관으로 달려가 부시 대통령에게 빨리 공격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사담 후세인을 체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미국으로서는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였다. 후세인의 벙커는 무척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따라서 적어도 900㎏짜리 MK-84 폭탄인 벙커버스터로 파괴해야 한다고 럼스펠드 등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벙커버스터는 미사일이 아닌 만큼 혼자 날아갈 수 없다. 반드시 폭격기가 들고 날아가 상공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폭탄이다. 당시 이라크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서 사방이 환했다. 이라크 공군의 방공망 또한 삼엄해 이 덩치 큰 폭탄을 들킬 위험이 높았다. 결국 미군은 후세인의 위치를 확인하고도 망설인 채 바그다드에 해가 뜨기를 기다려야 했다. 동틀 무렵 카타르 도하에 있는 토미 프랭크스 중부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폭격기가 날아가 바그다드의 후세인 벙커를 폭격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이미 벙커에서 탈출한 뒤였다.

그 뒤 벙커버스터를 나르는 폭격기로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폭격기가 주목받게 되었다. 노드롭 그루먼 사가 제작한 B-2 폭격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있어 미군에게 각광받는다. 적에게 보이지 않는 스텔스와 벙커버스터의 결합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덩치 큰 뚱보가 투명 망토를 입고 적진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미군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오사마 빈라덴이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지대 동굴을 파괴하려 할 때도 벙커버스터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이 초대형 관통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 대상이 어디일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국방뉴스 전문 매체인 < 디펜스 뉴스 >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돈리 미국 공군장관은 지난 7월25일 의회 연설에서 "초대형 관통탄을 쓸 수 있게 됐느냐"라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 말은 수년간 시험한 끝에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사용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후보지로는 두 곳이 유력하다. 이란과 북한이다. 핵 개발을 노리는 이란은 현재 북부 포르도의 산악지대에 벙커 요새를 구축하고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 이 요새는 바위 속에 들어앉아 있을 뿐 아니라 별도의 콘크리트 방어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절대로 파괴할 수 없는 요새'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군 또한 현존하는 벙커버스터가 포르도의 가장 깊숙한 핵시설까지 뚫고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초대형 관통탄이 실전에 배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이란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제재 강화 움직임에 맞서 세계 원유 거래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두 번째 후보지로는 북한이 거론된다. 지난 2004년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국 국방장관은 핵무기 논란과 관련해 "북한 사례에서 보듯 군사시설을 지하에 건설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벙커버스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벙커버스터 개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북한 또한 핵개발 의혹에 휩싸인 나라인 만큼 벙커버스터의 사용 후보지로 꼽히는 것이다.

대량살상무기임에도 규제 없어

벙커버스터는 예산 배정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다. 과거에는 '벙커버스터=핵'을 의미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핵 확산을 거꾸로 선도한다는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사실 핵개발을 꾀하는 '불량 국가'를 응징하기 위해 핵탄두를 장착한 무기를 사용한다는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벙커버스터 사용에 따른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결국 2005년 부시 미국 행정부는 핵탄두를 장착한 벙커버스터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비핵(非核) 벙커버스터 개발에 집중해왔다.

비록 핵탄두는 포기했어도 벙커버스터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다. 북한이나 이란 같은 나라들의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비핵 벙커버스터의 경우 대량살상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군비 통제를 위한 국제 조약 등에 따라 개발 및 보유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현대전의 대표 주자가 된 벙커버스터는 '얼마나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지'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미래에도 미국의 군수업체는 '가능한 한 더 깊이'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만들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이란이나 북한 같은 나라는 '가능하면 더 깊이 핵시설을 은폐할 수 있는 벙커'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재의 벙커버스터가 강화 콘크리트를 60m까지 뚫고 내려가 파괴할 수 있다면 이들은 100m, 200m까지 더 깊이 내려가 은폐 시설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다.

'걱정하는 과학자 연맹'의 군축 전문가인 스티븐 영은 "벙커버스터는 날로 발달하겠지만 상대의 벙커도 날로 깊어진다면 폭탄의 화력만 세어질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관통탄의 실전 배치를 눈앞에 둔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을 딜레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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