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식당·주점은 물론 박물관·극장도 문 닫았다가 열어

　　작년 11월 이래 처음 식당·주점 야간영업 허용…우려의 목소리도

　　이탈리아가 다시 활기를 띠는 분위기이다. 26일(현지시간)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의 방역 규제가 완화된 덕이다.

　　이탈리아는 감염 재생산지수와 코로나19 환자의 병상 점유률 등과 같은 자료를 토대로 바이러스 확산 위험 정도에 따라 전국을 4개 등급으로 나눠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 4개 등급은 화이트(청정지역)-옐로(저위험지역)-오렌지(위험지역)-레드(고위험지역)이다.

　　그동안 레드·오렌지 존을 오가던 전국 대부분 지역이 이날 옐로 존으로 지정되면서 규제 강도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날부터 적용된 등급조정 상황을 보면 20개 주 중 14개 주가 옐로 존이 됐고, 시칠리아 등 5개 주는 오렌지 존으로 남았다. 레드 존은 사르데냐주뿐이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베네치아, 나폴리, 피렌체, 볼로냐, 제노바 등 주요 도시들이 모두 옐로 존에 포함돼 있다.

　　로마는 지난 15일 이래 지금까지 레드·오렌지 등급이었다.

　　이 기간 식당과 주점은 물론 박물관과 극장, 영화관 등 문화시설도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이번에 등급이 바뀌면서 숨 막히는 규제에서 벗어나 드디어 외식과 문화생활이 가능해졌다.

　　실로 오랜만에 음식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행복감이 묻어나온다.

　　지금까지는 옐로 존에서도 음식점·주점의 현장 테이블 영업시간이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됐지만, 정부의 추가 규제 완화에 따라 이날부터 야간영업도 허용됐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작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식당에서 저녁 식사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는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극장과 영화관 역시 수개월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맞았다.

　　입장객 수가 정원의 50% 이내로 제한돼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지만, 다시 공연이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관객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박물관·미술관은 물론 콜로세움·포로로마노 등과 같은 유적지 역시 일제히 운영을 재개했는데 첫날인데다 예약제 영향 탓에 평소보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다소 휑한 모습이었다.

　　이번 규제 완화는 바이러스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1.0을 웃돌던 감염 재생산지수가 지난주 기준으로 0.81까지 떨어지는 등 연초보다 상황이 다소 나아진 게 사실이다.

　　정부로서는 장기화하는 방역 규제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과 경제적 피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전히 하루 1만 명대 확진자와 3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엄중한 상황에서 강행된 섣부른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작년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한꺼번에 방역의 고삐를 풀고 일상으로 되돌렸다가 바이러스 2차 류행을 불러 엄청난 인명 피해를 본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점진적인 완화를 강조하지만, 재확산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이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루적 확진자 수는 397만1천114명, 사망자 수는 11만9천539명으로 집계됐다.

　　/련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