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의 '악마의 편집'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Mnet '슈퍼스타K'는 지난 17일 시즌4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에 '슈퍼스타K'만의 '악마의 편집'은 수많은 논란을 낳는 결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많은 이슈를 가져왔다. 최근 '슈퍼스타K4'는 208만 명의 대규모 참가자 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아도 명실공히 우리나라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이자 최고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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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왼) '슈퍼스타K4' (오) '승부의 신' 영상 캡처
그렇다 하더라도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으로 많은 출연자들을 다치게 했다. 그 점에 대해서 이번 시즌4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김태은 PD는 "더 이상 '악마의 편집'은 없을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방송스타일을 모두 버리진 못 한 듯하다. 물론 따뜻한 감동의 사연과 실력있는 출연자들로 눈길을 끈 것은 사실이었지만 방송 전부터 화제의 출연자로 부각된 강용석과 죠앤은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이 됐다.
강용석은 시즌4 방송 2회째에 드디어 오디션 장면이 공개됐고 거창하게 예고편에 나왔던 것과는 다르게 조용한 모습으로 오디션에 임했다. 더군다나 가수 죠앤은 오디션 모습은 2회에 방송됐으나 그녀의 합격 여부는 2회가 끝날 때까지 공개되지 않은 채 시청자들을 '멘붕' 상태로 만들었다. 3회에서는 죠앤의 합격 여부를 볼 수 있을까. '잠시 후 공개됩니다'가 3주가 걸릴 줄 시청자들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악마의 편집'은 '슈퍼스타K'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26일 방송 MBC'일밤-승부의 신'은 두 번째 방송을 맞아 시청자들을 가지고 노는 절정을 보여줬다. '승부의 신'은 MBC '무한도전'의 '하하vs홍철'의 대결 포맷을 그대로 사용하고 장소까지 같다는 점에서 베끼기 방송이라는 오명을 안고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슈퍼스타K'의 편집스타일까지 따라하는 듯 했다.
첫 회 방송 전부터 예고 방송을 여러 번하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승부의 신'은 2PM과 신화의 정면승부라는 큰 타이틀을 예고해왔다. 하지만 지난 19일 첫 회 방송에서 그들의 대결에 앞서 각 팀의 주장 탁재훈과 김수로의 대결이 펼쳐졌고 두 그룹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채 첫 회가 끝났다. 그렇다면 지난 26일 두 번째 방송에서 그들의 방송분이 나왔어야 했다. 특히 이 날 방송에서는 곧 나올 것처럼 방송 중간에 2PM과 신화의 빅매치 예고영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라는 짧은 자막 하나 나오지 않았고 이들의 대결을 첫 회부터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 2회 분이 끝날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시청자들을 대놓고 화나게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날 방송분에서 김수로와 탁재훈의 대결이 다음 회의 대결을 잊게 할 만큼 손에 땀을 쥐게 한 박빙의 대결도 아니었다. 결국 허무하게 가위 바위 보로 자동차의 주인공이 가려지는 것에서 시청자들은 더욱 허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1시간 15분 동안의 방송 시간동안 시청자들은 '승부의 신' 제작진에 끌려 다니는 셈이 됐고 시청자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토했다.
"시청자 가지고 장난하는 거냐", "요즘 방송들 정말 너무하네", "다음 주에 방송할거면 왜 중간에 예고를 보여준거지?", "예고만 몇 번째야", "악마의 편집이 인기있어서 마구 갖다 쓰는거냐" 등 비판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지 못하더라도 제작진 측에서 자막이나 영상 등을 통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방송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제작진의 무리수 편집, 낚시성 방송 때문에 출연자들의 노력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악마의 편집'은 말 그대로 나쁜 편집스타일이다. '슈퍼스타K'가 이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논란과 비난의 여론을 피할 수 없고, 이를 따라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은 그 자질이 의심될 정도로 무한반복, 베끼기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해 낚시성 예고를 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한다.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공정한 방송, 기분 좋은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를 바란다.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