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골든타임'을 이끄는 두 남자, 이성민과 이선균의 기묘한 인연이 범상치 않다.
성장하고 싶은 한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닮고 싶어 하는 또 다른 한 남자가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민우(이선균 분)와 그런 민우에게 따끔한 성장촉진제를 놓아주는 인혁(이성민 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의사가 갖춰야 할 덕목을 보여주는 인혁은 일각을 다투는 응급실 내에서 민우를 향한 독설과 날 선 호통을 멈추지 않는다.
↑ 사진: MBC
그런 인혁의 모습에 극 초반 의사로서의 사명감 따윈 고이 접어두었던 민우는 환자를 사람으로 대할 줄 아는 '진국'이 되어간다. 행동 하나하나, 건네는 말 하나하나로 민우를 자극하며 그의 내면에 잠재된 의사의 '끼'를 이끌어내는 인혁의 올바른 본보기가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사실 이선균과 이성민이 드라마를 통해 합을 맞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골든타임'을 연출한 권석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파스타'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그들은 지금과는 180도 다른 관계도를 형성한 바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당시 이선균은 까칠한 쉐프 최현욱으로 분해 말끝마다 폭언을 달고 사는 '버럭'왕으로 등극한 바 있고, 이성민은 사장에서 홀 막내직원으로 강등된 설준석 역을 맡아 '찌질'의 극치를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2012년, '골든타임'에서 '버럭'왕 이선균의 바통은 이성민이 이어받았고,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던 이성민의 바통은 역으로 이선균이 이어받았다. 참으로 흥미로운 전세역전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중년의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이성민은 '골든타임'에서 이상적인 의사 최인혁을 연기하며 시청자들 사이엔 '오묘한 섹시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칭송 아래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간의 작품을 통해 다져왔던 탄탄한 연기력과 '최인혁'이라는 캐릭터의 완벽한 분석이 이루어낸 당연한 결과다.
이선균 역시 마찬가지. '파스타' 방영 당시 버럭 쉐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장도로 커다란 인기를 구가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선 중증 환자 앞에서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찌질이 의사 이민우로 완벽히 분했다. 또한 극중 민우는 극 말미로 가면서 '성장'을 거듭해 진짜 의사가 되어가기에, 그를 둘러싼 성장기 역시 극의 주된 흐름으로 읽히고 있는 상황.
'카멜레온'이라는 수식어는 배우에게 있어 최고의 찬사다. 매 작품마다 자신이 품은 수식어는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옷을 입는데 주저함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 그리고 두 배우, 이성민과 이선균은 한 감독이 만들어낸 두 작품 속, 버럭과 찌질 사이를 오가는 180도 달라진 캐릭터로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