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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그날 밤/장정일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10.10.27일 09:58
이달의 가장 인상깊은 사연을 들라면 나는 주저없이 북경행을 들것이다.

색채감이 일품인 단풍계절, 나는 고맙게도 중국조선족음악연구회의 초청을 받고 북경음악홀에서 특별한 음악회-중국조선족작곡가수상작품교향악연주회를 감상하였다. 10월 10일 그밤이 나에게는 하나의 력사적인 현장을 지켜보는 뜻깊은 순간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13억 대국 수도 한복판, 내외 유명악단과 클래식대가들이 출몰하는 그 음악홀의 연주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교향악단이였다.

지휘는 중국가무극원 상임지휘이자 중국교향악단의 상임객원지휘인 조선족지휘가 강금일이였고 독주자는 중국음악학원 조선족교수, 나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김휘였다.

연주곡목 전부가 단일한 조선민족작곡가들의 교향악작품들이였다.

중국음악계 초유의 단일 소수민족작곡가 교향악 향연의 쾌거를 계기로 200여만 조선민족은 수도의 청중들과 고차원의 음악교류, 깊이있는 령혼의 대화를 이뤄냈고 미구하여 전파를 타고 온 나라 청중들과도 교류가 이어질것이니 이게 어디 례사로운 일인가.

“이런 음악회는 당신들 조선족만이 할수 있다.”, “매우 흥분된다, 한 소수민족의 작품들을 집중시켰는데 중국 당대교향악의 수준을 대변한다.”, “《나의 살던 고향》, 《봇나무》같은 작품은 북경, 중국뿐만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환영받을 작품이다.” 중국음악계 유명인사들의 경탄이였다. 과찬을 경계하는것이 리성적인 태도임을 알지만 이들의 도수높은 치하가 실속없는 치례말 범주의것이 아님을 나는 인정한다.

우리의 전통음악은 이민시에 묻어온 구전민요뿐이 아니다. 지난 세기 20년대부터 학교음악교육이 시작되고 조선민족음악단체가 결성되였으며 연변과 동북은 조선악극단의 순회공연무대였다. 교회의 서양음악계몽, 장춘과 할빈 교향악단에서의 조선인들의 활약, 조선의용군 여러 지대 선전대의 왕성한 음악활동 등으로 우리는 세계의 음악과 격리되여있지 않았다. 바이올린으로부터 출발한 정률성, 허세록, 정진옥, 백고산과 같은 기라성같은 작곡가, 연주가의 이름만 들어도 우리 교향악의 오늘이 평지기파란이 아님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것이다.

이번 연주회 곡목의 탄탄한 실력은 이런 전통, 이런 기점과 무관할리 없다. 작곡가로 말하면 30년대, 40년대에 출생한 안국민, 허원식, 최창규, 최의광 같은 오랜 작곡가들이 있었고 50년대, 60년대에 출생한 박세성, 장천일, 윤명오, 우영일, 황기욱, 황송철 같은 중년작곡가들도 있었다. 작품으로 말하면 풍격이 다양한 서곡, 조곡, 광상곡과 바이올린협주곡이 있는가 하면 우아한 명상곡, 기상곡, 그리고 현대기법을 구사한 교향음화(音畵)도 있었다. 대를 이어가며 창작된 수준급 작품과 줄기찬 연주활동이 음악정신의 홰불을 지핀 초석으로 된것이고 이런 근사한 수준, 뜨거운 열정은 실로 동서남북 어디에도 흔치 않은것이라고 해야 마땅할것이다.

1952년 10월, 연길 서양반점에서 있은 정진옥환영연에서 나왔다는 정진옥의 일장 열변이 생각난다-

“연길이 지금은 흙먼지길이고 고층건물도 얼마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모릅니다. 우리 노래들이 연변은 말할것도 없고 중국에로, 세계로 나갈수 있습니다. 그럴 날이 올겁니다.”

흙먼지길 작은 도시에서 발신한 26살 청년작곡가의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요, 당찬 원견이였다! 그의 예언은 후날의 무수한 사실들로 실증되였고 고운 단풍철의 북경에서 그 예언은 또한번 상징적인 결실을 보여주었다.

그날 연주회 뒤풀이 축하파티가 생각난다. 열띤 세미나를 방불케하는 그 자리에서 세계 여러 도시에 족적을 남긴 강금일지휘도 이번 연주회를 “중국음악계의 대사건”이라고 명쾌히 정의하면서1979년 12월 자신이 대경가무단 바이올린악사로 있을 때를 회고하였다. “그때 순회공연을 왔던 연변가무단과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합동연주를 하면서 안국민선생이 지휘를 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저자신도 저렇게 지휘를 했으면 얼마나 좋을가 하고 부러워했었습니다.”

잠못들기는 중국조선족음악연구회 박장수상무부회장과 무석심레스그룹리사국 박룡화주석도 마찬가지였다. 인간관계란 거대하고 끊어지기 쉬운 거미줄 같은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찌보면 그것은 복잡한 전자회로 같은것이기도 하다. 각계 상하좌우 미궁 같은 전자회로를 이어놓는 마술사인 박장수선생의 진정에 기타연주가출신의 경영인인 박룡화주석이 두말없이 화답하면서 《중국조선족음악문화사》출간과 교향악연주회의 후원이 이뤄졌다는 후문이 무척 귀맛좋았다. 한번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걸작 구상은 명년, 후년으로 굴러가고있었다.

경박한 세태, 저속한 문화의 범람속에서도 희망찬 삶, 질높은 문화생활을 위해 앞서가는이들의 어엿한 모습에 하늘도 감동했던지, 그날 밤 북경 날씨도 련일 자욱하던 짙은 안개를 걷어내고 주룩주룩 시원한 비줄기를 뿌려주었다.

2010년 10월 10일 북경음악홀의 입장권을 나는 정히 간직하련다. 고급한 예술의 새벽길을 재촉하던 존경스러운이들의 상기된 그 얼굴, 그들 심장의 고동치는 박동소리가 이제 날이 가고 해가 간다고 한들 차마 잊힐리야.

문학평론가

연변일보 201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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