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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퉁소소리 /장정일

[중국조선족문화통신] | 발행시간: 2011.09.14일 09:39
얼마전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중학시절 동문이였던 북경의 트럼펫연주가 김하일씨가 연길시내에서 걸어온 전화였다. 전화속 그의 명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기뻤던지, 나는 시간을 약정하고 며칠뒤 부부동반으로 그들 부부와 만났다. 오랜만의 상봉이라 그날 저녁이 깊어가도록 서로간의 이왕지사 얘기는 멈출줄을 몰랐다.

그와 나는 중학시절 학교악대친구였다. 나이는 나보다 년상이였고 학년은 내가 이상이였지만 내가 그에게 반한건 그의 예술애의 마음이였다. 배초구농촌에서 왔다는 그는 순진무구해서 좋았었는데 “삼년재해”때라 트럼펫을 불던 그는 현악기를 다루는 애들보다 배고파할 때가 많았다. 무슨 행사같은데 참가하고나서도 간혹 죽이 차례지거나 운이 좋으면 국수대접을 받는게 고작이면서도 그의 악대활동열의는 식을줄 몰랐다. 음악을 진심으로 즐기며 배웠던 그는 끝내 중앙민족학원 예술학부 관현악연수반에서의 3년공부를 계기로 중앙민족가무단 관현악단에 배치받아 줄곧 트럼펫연주가인생을 살아온것이다.

다시 만나도 그의 친절과 음악사랑은 여전했다. 다만 퇴직을 한 그의 음악사랑은 절절한 고향애와 잇닿아있다는것이 변화라면 변화였다. 아니 그것은 무슨 변화라고 할것도 없이 어려서부터 그의 마음속 깊이 굳게 자리잡은 삶의 원천과도 같은것이엿다. 그는 고향마을 어른들의 퉁소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밋밋한 산, 기름진 들판, 맑은 강물을 벗하며 농가에서, 밭머리에서 조석으로 들었던 퉁소의 구성진 멜로디를 꿈결에서도 잊지 못해 그는 여가가 나지면 퉁소를 불며 고향의 정취에 젖어보군 했다고 한다. 근래에 사유가 있어 연길에 와서도 그는 강가에 나가 색스폰이나 퉁소를 불군 했는데 그 소리에 반하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서 그는 퉁소애호가들의 지도교사로 되였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의 취재를 받아 며칠뒤엔 신문에 소개된다는 사연도 들려주었다.

세월은 흘러도 소시적의 감성과 호기심과 소망은 누구에게나 영원토록 소중한것이다. 그것은 만인의 가슴마다에 간직된 인생의 재부이다. 그러니까 하일씨에게 있어 퉁소소리나 예술사랑이나 고향사랑은 결코 엇박자의 딴말이 아니였다. 그것은 그대로 인생과 삶에 대한 예술인의 뜨거운 사랑의 정회였다.

퉁소라니, 독보조로인들 얘기가 아닌가? 처음엔 나는 트럼벳연주가와 퉁소사이의 관계고리를 잇지 못해 한참 어리둥절했으나 그의 말을 듣고보니 나의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운 한편으로 그의 퉁소연주를 듣고싶었는데 마침 일전에 나는 그의 초대로 훈춘에서 열린 주내 퉁소애호가모임에서 그의 퉁소소리를 들어볼수 있었다.

하일씨가 지도하는 연길시 소영진 천년송민속퉁소대와 동행했던 나는 훈춘문화관에서 훈춘퉁소협회, 왕청퉁소협회, 도문퉁소협회분들을 만났다. 모두다 십명이상, 20명미만의 퉁소팀들이였다. 알고보니 전주적인 퉁소협회설립이 여의치 않자 퉁소구락부를 출범시키며 퉁소연주교류를 추진하는 자리였다. 훈춘대표가 환영의 말씀에서 퉁소를 통할(마을) 동(洞), 피리(퉁소) 소(簫) 하면서 퉁소를 소통의 악기, 어울림문화의 상징으로 해석하는게 귀맛좋게 들리였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음악으로는 물론 각종 잔치, 놀이 등 민간음악으로도 가장 많이 등장한 악기였으나 일본식민지시기를 거치고 남북조선이 분단되면서 퉁소는 한때 거의 자취를 감출 지경에 이른 적도 있었으나 연변 그리고 동북에 정착한 조선족들은 삶의 애환을 달래는 악기로 퉁소를 보존해왔다며 그는 지금 퉁소는 세계 조선민족의 공감을 사는 악기로 재조명되고있다고 부언했다.

인구이동의 세월에도 들풀마냥 민간음악이 살아있고 고향의 방방곡곡에 퉁소애호가들이 이처럼 많고 열성도 대단하다는 사실이 나는 흐뭇했다. 나는 사실 그들의 그 자연발생적인 퉁소사랑을 현장에서 확인하고싶었던것이다. 음악의 주인이 바로 그들이고 소통과 어울림을 지향하는 그들의 연주가 그대로 뜨거운 고향애이고, 랑만적인 생활애이고,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인생사랑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귀로에서 하일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선조들이 남긴 퉁소의 맥이 이어질 조짐이여서일가? 아무리 루추하다고 해도 고향집 구들에 누우면 편안해진다고 그는 불쑥 말했다. 중국 각지는 물론 외국 공연도 빈번했던 그였지만 그는 가도가도 끝없는 평야보다는 푸른 산, 뭉게구름, 맑은 물이 있는 고향이 더없이 아름답다고 토로했다.

그에게는 하나의 바람이 있었다. 명년 자치주창설 60주년 축제에 1000명규모의 퉁소합주를 선물하고싶다는것이 그의 소원이였다. 퉁소애호가들이 모이면 안될것도 없지 않겠느냐며 그는 소탈하게 웃었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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