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작은 결혼식
관장이 신랑·신부에 책 선물 "공간도 예식 시간도 넉넉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 주민 10여명이 앞뜰에서 가을볕을 쬐며 책을 읽고 있었다. 640㎡(약 190평) 크기의 회의장에 들어서자 천장에 반짝이는 샹들리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의자 250여개 사이로 신부가 입장하는 꽃길이 열렸다. 꽃 장식한 단상 옆으로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회의장 안쪽엔 폐백실과 신부 대기실도 갖췄다.
이곳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 4월 900여만원을 들여 검소한 결혼식을 위한 예식장으로 개방한 공간이다.
심장섭 국립중앙도서관장은 "조선일보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 이후 이곳을 찾는 신랑·신부가 부쩍 늘었다"며 "매일 2~3쌍은 시설을 둘러보고 간다"고 했다.
이곳은 '작은 결혼식' 캠페인 이후 신청자가 몰려 올해 말까지 13쌍이 예약을 마쳤다. 내년 봄에 결혼하겠다고 찾아온 커플도 6쌍이나 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작은 결혼식 프로그램'은 색다른 특징이 있다.
결혼식이 열리는 날 심 관장이 신랑·신부가 읽으면 좋을 만한 책 두 권을 선물한다. 10월에 결혼한 커플에겐 9월 대출 상위 도서 중 여행 산문집인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건강박사 유태종의 9988 건강습관'을 선물했다.
저소득 계층이나 장애인의 경우엔 하객들에게도 도서관이 직접 만든 책갈피 200개를 선물한다. 심 관장은 "신랑·신부에게 비싼 예물 대신 각자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선물하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8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지한수(26)·김영은(31)씨 커플은 "공간도 넓고 예식 시간도 넉넉해 차분하고 조용하게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예물·예단을 줄이고 도서관을 이용해 결혼식 비용을 1000만원 이내로 줄였다.
연말에 결혼할 예정인 박영주(23)씨는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이 평소 자주 다니던 뉴욕도서관에서 결혼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도서관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조용한 분위기에서 특별하게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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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석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