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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시린 겨울…‘푸른 제주’가 주는 위로

[기타] | 발행시간: 2013.01.31일 10:46
[납읍(제주)=글ㆍ사진 박동미 기자]눈도 비도 유난히 잦은 겨울이다. 한파는 한풀 꺾였지만, 2월에도 여전히 눈소식이 있다. 인터넷을 연일 도배하는 사진은 눈꽃이 활짝 핀 설경. 희다. 눈이 시리다. 멋진 사진들도 자꾸 보니 지친다. 사람들은 동남아시아로, 일본 규슈로 떠난다고들 한다. 마치 ‘따뜻한 나라’를 갈망하던 동화 속 펭귄의 모습이다.

‘겨울의 제주’에 갔다. 순백의 한라산을 오르려다, 검은 돌담 아래 고고하게 피어난 수선화를 보고 주저앉고 말았다. 제주에서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김정희ㆍ1786~1856)가 몹시 사랑했다던 꽃. ‘금잔옥대(백옥 받침에 금으로 만든 잔이 얹힌 듯한 모양)’엔 술 대신 향기가 가득하다. ‘겨울 제주’에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겨울 제주에서 만나는 ‘다섯 번째’ 계절=수선화가 지천에 널려 있는 겨울의 제주는 사계(四季) 밖에 있는 듯 보인다. 제주에만 존재하는 다섯 번째 계절이다. 동남아에서 여름을, 일본에서 봄을 만끽하고 있을 ‘범인’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 수선화는 물론이고, 마치 밀림 속에 들어온 듯 울창한 푸른 숲이 있다. 제주도 북서쪽 애월에 위치한 납읍 난대림 지대다.

납읍 난대림은 일정에 큰 지장없이 쉽게 들를 수 있다. 숙박 밀집지역인 중문, 서귀포 등 어디에서 묵던지 관계없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했기 때문. 제주에 막 도착한 날, 혹은 떠나기 직전에도 둘러 볼 수 있다.

추사 김정희의 애화 수선화. 백옥같은 받침 위에 금색 잔이 얹힌 모양이라 해서 ‘금잔옥대’라도 부른다. 1~2월 제주에선 지천에 널린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는 ‘금산공원’ 혹은 ‘납읍초등학교’다. 창문을 내리고 달려도 살짝 ‘쌀쌀’한 정도인 제주는 뭍사람에게 축복이다. 차갑고 우중충한 뭍의 기운을 훌훌 턴다. 돌담 아래 수선화와 때 이른 유채꽃들이 노랗게 빛난다. 수확을 앞둔 채소들의 빛깔도 다채롭다. 어떤 밭은 초록, 어떤 밭은 보라색이다.

납읍 초등학교 앞에 주차를 하고 반듯한 나무 데크로 만든 산책로에 들어선다. ‘금산(錦山)공원’ 입구, 납읍 난대림 지대(천연기념물 제375호)가 시작된다.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가운데엔 데크가 깔리지 않은 옛 길, 왼쪽과 오른쪽은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순환식 산책로다.

▶짙은 녹음…새 울음소리마저 신령하게 들려=쭉쭉 뻗은 종가시나무와 구불구불한 팽나무가 어우러진 난대림 숲은 평온하다 못해 신령스럽기까지 하다. 간간히 새 소리가 울려펴진다. 푸조나무, 후박나무, 곰솔 등도 빼곡하게 우거져 숲에 들어서면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마치 정글 속 같다. 전체 면적은 약 2만여평으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밀도 높은 녹음은 ‘초록의 기운’을 받는 데 충분하다.

납읍 난대림은 자연발생적인 곶자왈(나무와 덩굴이 어우러진 자연림의 제주 방언)과는 다른 인공 조림된 숲이다. 시기는 불명확하지만 납읍 마을 남쪽에 위치한 금오름의 기운이 불(화재)을 불러온다 하여 옛 사람들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는 것. 이름도 처음엔 ‘금산(禁山)’이었다가, 나중에 ‘금산(錦山ㆍ비단같이 아름다운 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제주 북서쪽 난대림에 가면 밀도 높은 녹음을 만난다. 우거진 숲은 하늘을 가릴 정도.

숲 한가운데에는 기와를 올린 납읍 산신당이 있다. 숲의 신령을 모시던 곳으로, 오래된 곰솔이 신성한 분위기를 더한다. 너른 마당에는 포제단이 있다. 납읍은 제주에서 알아주는 유림촌으로, 유교의 영향을 받아 포제를 중시한다. 해묵은 소나무와 후박나무가 깊은 그늘을 만드는 포제단엔, 포신(인물ㆍ재해를 다스리는 신)과 토신(마을 수호신), 서신(홍역ㆍ마마 신) 신위를 모신 세 개의 돌제단이 있다. 해마다 음력 정월 초정일(初丁日ㆍ1~10일 사이)에 제를 올린다고 한다.

빽빽하게 운집한 나무들과 촘촘한 덩굴은 식구를 늘렸다. 숲이 깊은 만큼 종류도 많다. 제주 노루ㆍ오소리ㆍ제주 족제비 등의 큰 동물뿐만 아니라, 큰 오색딱따구리ㆍ두견이ㆍ말똥가리ㆍ파랑새 등 조류도 많다. 숲의 손님을 환영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운이 좋으면 다소곳한 제주 노루를 만날 수도 있다.

pdm@heraldcorp.com

납읍의 나무들은 유난히도 ‘초록 빛’이다. 제주의 겨울을 4계절 밖에 있는 듯 보인다.

금산공원을 둘러보는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오고 가는 길에 쉽게 들를 수 있다.

숲 한가운데에는 산신당이 있다. 마당에선 해마다 음력 정월에 제를 올린다.

울창한 숲은 마치 동남아의 밀림 같은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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