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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가다 ⑨ 프랑스 바누아즈·에크랑 국립공원

[기타] | 발행시간: 2012.03.02일 03:32

중앙일보·라푸마 공동기획

어른 키높이 눈 쌓여도 '알프스 설피' 있으니 무서울 게 없더라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청명한 가을 하늘이 가장 선명한 하늘색이라고 생각해 왔다. 사실 다른 나라를 다녀 봐도 우리나라 하늘만큼 맑은 하늘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진짜 파란 하늘을 봤다. 알프스에서다. 하늘 색깔이 파랗다 못해 푸른 잉크를 풀어놓은 듯 코발트색이다. 우리의 그것보다 더 진한 푸른 하늘이 거기 있었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번에 다녀온 곳은 프랑스 론알프스(RhoneAlpes) 지방이다. 프랑스 남동쪽에 스위스·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다. 리옹(Lyon)이 중심 도시이며 알프스산맥 최고봉인 몽블랑이 있고, 휴양지 샤모니가 있다.

프랑스 본토에는 총 7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그중 2개가 론알프스에 있다. 바누아즈(Parc de la Vanoise)와 에크랑(Parc des Ecrins)이다. 천혜의 알프스를 품고 있는 이곳은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레포츠 천국이기도 하다.

글=이석희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하얀색 눈에 파묻힌 마을, 그 위로 펼쳐진 코발트색 하늘.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런 풍경이 에코 마을을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 프랑스서 가장 예쁜 마을 … 바누아즈 국립공원

1963년 프랑스에서 제일 먼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누아즈의 산세는 겉보기엔 설악산보다 험하지 않은 듯 보인다. 주위에 샤르보넬(Charbonnel·3752m)·롱스(Ronce·3611m) 등 고봉들이 연이어 있지만 스키 슬로프가 약 3000m 높이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누아즈에는 하이킹 코스가 잘 가꿔져 있는데 여름 시즌에는 그 길이가 약 500㎞에 이른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겨울에는 수십㎞로 줄어든다. 이 중 보느발 쉬르 아르크(Bonneval Sur Arc)에서 에코(Ecot) 마을까지 왕복 약 5㎞에 이르는 코스를 걸었다. 바누아즈에서 가장 쉬운 눈길 하이킹 코스라고 한다.

 보느발 쉬르 아르크는 바누아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 중 하나다. 높이가 해발 1850m에 이른다. 출발시간은 오전 9시 반쯤. 햇볕은 3000m급 고봉들의 허리춤까지 내려왔지만 마을은 여전히 그늘로 덮여 있다.

 길에는 눈이 1m 넘게 쌓였지만 설상차가 눈을 다지고 또 다져 놓아 쉽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햇볕 한 줄기 들어오지 않고 칼바람 탓에 얼굴은 동상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날 아침 기온은 최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길 옆은 온통 눈밭이다. 수직에 가까운 절벽 여기저기에는 빙벽이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노르딕 스키를 신고 경사진 눈밭길을 개척하면서 올라갔다. 엄청 힘들어 보였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기쁨이 남다를 것 같았다.

 한 시간쯤 걸었을까. 엽서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예쁘고 작은 마을이 나왔다. 해발 2000m에 위치한 에코 마을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라고 한다. 마을 중앙에 있는 성당을 비롯해 20여 채의 집은 모두 반쯤 눈에 파묻혀 있다. 1960년대까지는 실제로 사람이 살았지만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다고 한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바누아즈의 풍경은 숨이 막힐 것처럼 아름다웠다. 왼편으로는 당다뉴(D'andagne·3217m)에서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처럼 보였다. 뒤편 알바롱(Albaron·3637m)은 눈 속으로 뾰족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 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색 하늘이 펼쳐졌다. 같이 간 사진기자 신동연 선배가 “셔터만 누르면 다 작품”이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 빙하가 만든 칼봉우리들 … 에크랑 국립공원

1 에크랑 국립공원에 있는 베노스크(venosc) 마을은 여전히 20세기 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2 보느발 쉬르 아르크 마을은 바누아즈 국립공원에 있는데 1년 중 8개월가량 눈이 내린다. 그래서 지붕마다 1m 남짓한 눈을 이고 있다.바누아즈의 남쪽에 자리 잡은 에크랑 국립공원은 프랑스에서 가장 넓은 국립공원(2718㎢)으로 73년 지정됐다.

 에크랑도 똑같은 알프스산맥 자락에 있지만 바누아즈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바누아즈는 한 번쯤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다소 푸근한 인상이라면 에크랑은 날카롭다. 칼날 같은 봉우리들이 거의 수직으로 뻗어 있다. 오랜 세월 빙하가 깎고 또 깎아내 만든 자연의 조각품이다. 칼날 같은 절벽 때문에 에크랑은 암벽 등반의 메카로 불린다. 계곡도 좁아 브이(V)자 모양의 협곡으로 이뤄져 있다.


 이 협곡을 따라 차 두 대가 겨우 비켜 갈 정도의 좁은 길을 올라 도착한 곳은 생 크리스토프 엉 와정(Saint Christophe en Oisans). 해발 1400m에 위치한 조그만 마을이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간 르 클로(le Clot)에서 특이한 체험을 했다. 라게트(Raguette·사진)라는 것으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유럽에선 인기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스노 슈잉(Snow Shoeing)이라고 하는데 길이가 50㎝쯤 되는 타원형의 보조기구를 신고 눈밭을 걷는 레포츠다. 모양은 우리의 설피와 비슷하지만 바인딩이 달려 있는 것이 다르다.

 라게트를 신고 두 시간 남짓 2㎞에 이르는 눈밭길을 걸었다. 성인 키만큼 눈이 쌓였지만 라게트는 이 눈밭에서도 빠지지 않는 역할을 톡톡히 해 줬다. 아무리 힘을 줘도 20㎝ 정도밖에 빠지지 않았다.

 라게트의 묘미는 눈 덮인 산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얀 눈밭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면서 걷는다는 일종의 성취감이나 정복감이라고 할까. 발길 가는 대로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데 인솔자인 장(Jean)이 “위험하다”고 소리쳤다. 앞쪽을 보니 높이 10여m의 낭떠러지다. 사방이 온통 하얗다 보니 절벽인지 길인지 도통 구분이 되지 않았다.

 라게트를 신었어도 눈밭길을 걷는 것은 평지보다 몇 배 더 힘이 들었다. 1㎞쯤 산길을 올라가는데 한 시간 반가량 걸렸다. 협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겹겹이 껴입은 탓도 있지만 땀이 날 정도로 운동량이 많았다. 칼바람을 뚫고 도착한 샹프브랑(Champebran)에선 에규 디보나(Aiguille Dibona·3131m) 등 에크랑의 고봉들이 한결 더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 봄과 가을이 없는 알프스

알프스에선 이르면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알프스에는 봄과 가을이 없고 여름과 겨울 시즌뿐이다. 보통 여름은 6월에 시작해 9월에 끝난다. 운 좋게 눈이 늦게 내리면 10월까지 푸른 알프스의 자연을 볼 수 있다.

 대개 사진 속에서 보는 알프스의 풍경, 즉 푸른 들판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트레킹을 하는 모습은 여름 시즌에 이뤄진다. 행글라이딩·카누·등산 등도 이때 즐길 수 있다. 특히 알프스에는 400㎢에 이르는 만년설로 덮인 빙하 지역이 있어 여름에도 스키를 탄다.

 반면 겨울 시즌에는 스키를 비롯해 아이스 클라이밍, 스노 슈잉 등 눈과 얼음을 이용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알프스는 스키천국으로 스키장만 160여 개나 있다. 최상급 코스는 보통 해발 3000m 이상, 초급이라도 1000m 정도에 슬로프가 있다.

●여행 정보 두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는 파리를 거쳐 론알프스(www.rhonealpes-tourisme.com)의 중심 도시인 리옹을 가야 한다. 서울에서 파리까지는 에어 프랑스(www.airfrance.co.kr) 등 직항편을 이용하면 된다. 국내선을 타고 리옹으로 이동한 뒤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달리면 바누아즈 국립공원(www.hautemaurienne.com)이다. 에크랑 국립공원(www.tourisme-oisans.com)은 여기서 남쪽으로 3시간 거리다. 3월이라도 여전히 겨울 시즌이기에 단단히 차려입어야 한다. 특히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가까이 떨어진다. 프랑스 관광청(kr.franceguide.com).

이석희.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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