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골프의 ‘최고 블루 칩’으로 부상한 뉴질랜드 교포 소녀 리디아 고(16·한국명 고보경·사진)가 이번엔 남자 대회에 출전한다.
리디아 고는 오는 28일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남자대회인 뉴질랜드PGA챔피언십에 초청선수로 출전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총상금 55만 달러가 걸린 뉴질랜드의 최고 상금 및 최고 권위 대회다. 그동안 여성 골퍼가 남성 무대에서 뛴 적은 몇차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무대에서는 1945년 LPGA투어에서 활동하던 베이브 자하리스가 로스앤젤레스오픈(현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예선을 통과한 적이 있다. 이후 ‘골프여제’로 통했던 애니카 소렌스탐(43·스웨덴), 수지 웨일리(46·미국), 미셸 위(24·나이키)가 PGA 무대를 노크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박세리와 미셸 위는 PGA투어보다는 선수층이 얇은 국내무대에서 각각 컷을 통과한 바 있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최고의 스타가 됐다. 지난 10일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존 키 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은데 이어 뉴질랜드 언론의 찬사도 이어졌다.
뉴질랜드 헤럴드는 “2003년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해 2009년 시민권을 취득한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골프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리디아 고는 이미 세계 여자 골프계에 지각 변동의 핵으로 떠올랐다.
뉴질랜드 오픈에서 만15세8개월17일로 유럽여자프로골프 최연소 우승 기록(양희영 2006년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 16세6개월8일)을 10개월가량 앞당겼다.
그는 이미 지난해 호주여자골프 뉴사우스 웨일스 오픈에서 14세9개월의 나이로 정상에 오르면서 세계남녀 최연소 프로대회 우승기록(이시카오 료·2007년 일본 남자 프로골프 먼싱웨어 오픈·15세8개월)을 갈아 치웠다.
지난해 8월에는 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43년만에 아마추어 우승기록과 함께 LPGA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마저 바꿨다. 이미 리디아 고의 진가는 십분 입증된 셈이다.
리디아 고의 프로 전향 시기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타이거 우즈의 전 캐디로 유명한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는 17일 호주 A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디아 고가 지금 프로로 전향하는 편이 낫겠다”며 조속한 프로 전향을 독려하는 의견을 내놨다.
윌리엄스는 “리디아 고가 프로 전향을 한다면 LPGA 투어에도 이득”이라며 “지금 프로로 전향해서 안 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2005년 US오픈 우승자 마이클 캠벨(뉴질랜드)도 “리디아는 뉴질랜드 스포츠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캠벨은 “리디아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지금 모습을 당분간 유지하는 편이 낫다”며 “지금 잘 된다고 해서 프로 전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윌리엄스와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리디아 고는 호주여자오픈을 마친 뒤 공식 인터뷰에서 “프로 전향까지 몇 년 남았는데 그 기간에 좀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리디아 고가 2년 정도 후에 프로로 전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화일보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