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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는 컴퓨터 시대 … "몸에 IP 주소 10개 달고 다닐 날 온다"

[기타] | 발행시간: 2013.04.20일 06:57

스마트폰의 진화 어디까지

안경형 '구글 글라스' 8000명 체험

영상통화·촬영·내비게이션 사용

“사람들이 몸에 10개의 IP 주소를 달고 다니는 날이 올 것이다.”

에릭 슈밋(58) 구글 회장의 말이다. 그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구글이 개발 중인 착용 가능한 컴퓨터(wearable computer) '구글 글라스'의 성공을 장담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 컴퓨터와 기술이 점점 더 우리 몸과 연동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10년 내 50억 인구가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입는 컴퓨터' 시대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며 바로 검색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게 요즘의 '스마트'라면 가까운 미래의 '스마트'는 신발·시계·안경·옷 등 각각의 기기들이 스스로 제어·판단을 한 뒤 사용자에게 맞춤형 기능들을 제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이 새로운 '스마트 세상'은 삼성·애플·구글 등 IT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를 연내 시판할 예정이고 애플은 손목시계형 모바일 기기인 '아이워치'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손목시계형 컴퓨터인 '스마트 워치'를 개발 중이라며 웨어러블 컴퓨터 전쟁 합류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은 “삼성도 오랜 시간 착용 가능한 스마트 기기를 연구해왔다”며 “결국 승부는 누가 먼저 실용성 있는 (착용 가능한) 제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넘어 '입는 컴퓨터' 기기가 보편화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시장 조사기관인 ABI리서치는 '입는 컴퓨터 기기'의 연간 제품 출하량이 향후 5년 내 전 세계적으로 4억8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5년 새 관련 특허가 크게 증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착용 가능한 컴퓨터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2006년 122건에서 2010년엔 165건으로 늘었다”며 “스마트 의류와 착용형 입출력 장치, 오감 정보 처리 기술, 신체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입는 컴퓨터' 개발에 몰두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다음 먹거리'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에서 7억 대의 스마트폰이 팔렸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신흥국을 시장으로 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경우 스마트폰은 더 이상 경쟁력 있는 제품이 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달 말 국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4가 고성능 사양 대신 안구인식 기술과 동작인식 기술을 응용한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러한 '입는 컴퓨터'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안경형 제품이다. 구글의 구글 글라스는 동영상·검색·SNS 등 구글의 기존 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동 경로를 안내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명 디스플레이에 음성 인식, 터치패드, 가속센서, 중력센서 등을 안경테 부분에 넣었다.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영상통화와 내비게이션·검색·촬영 등이 가능해진다. 현재 8000명의 체험단을 모집해 1500달러(약 167만원)에 제품을 공급한 상태다. 구글 관계자는 “입는 컴퓨터 기기로 '안경'을 선택한 것은 음성이라는 간편한 입력 수단을 이용하는 동시에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구글 글라스를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의 올림푸스도 안경처럼 착용 가능한 'MEG 4.0'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블루투스 기능으로 스마트폰과 무선으로 연결해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동영상 등 콘텐트와 GPS를 사용할 수 있다. 올림푸스 측은 “건전지를 포함한 무게가 30g에 불과하고 전력 소비량도 작아 장시간 착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IT 업체인 바이두도 '바이두 아이(Baidu Eye)'라는 안경형 스마트 기기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LCD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외부 이미지를 인식할 수 있으며 음성 명령도 가능하다.

입는 컴퓨터는 '손목시계'로도 발전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아이워치(iWatch)'라는 이름으로 착용 가능한 스마트 기기를 손목시계형으로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어 삼성·팬택 등 국내 업체들도 손목시계 모양의 스마트 워치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999년 휴대전화와 시계를 접목한 '와치폰'을, LG전자는 2009년 3G 사용이 가능한 '와치폰'을 선보인 바 있다.

'입는 컴퓨터'는 신발이나 옷의 형태로도 실현 가능하다. 구글이 지난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공개한 '말하는 신발'은 아디다스와의 협업으로 운동화에 가속도계·스피커·압력센서·GPS 등을 탑재한 제품이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각종 메시지나 텍스트·음성을 전달할 수도 있다. 네덜란드 대학생 두 명이 개발한 우븐사의 '키넥트'는 스웨터 모양의 웨어러블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 콘솔이다. 기존의 동작 인식형 게임기들이 손에 기기를 쥐고 움직였던 데 비해 키넥트는 스웨터와 청바지에 블루투스 모듈과 스피커, 동작인식 센서 등을 집어넣어 옷을 입은 채 두 팔을 움직이며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우븐사 관계자는 “이 옷은 텔레비전 리모컨으로도 사용 가능하고 배꼽 근처에 디스플레이를 달아 신체 활동 상태를 모니터하고 SNS를 확인할 수도 있다”며 “팔로 옷을 두들기면 TV 채널도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박성규 교수는 “최근 투명 디스플레이와 촉각 센서 등 점차 인간 친화적인 마이크로 나노 기술로 연구가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며 “실처럼 가는 전자섬유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형태의 입는 컴퓨터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상 '입는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대부분의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와 유리는 모두 개발 시제품이 공개된 상태에 접어들었고 블루투스·센서 등도 스마트폰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입는 컴퓨터'가 아직까지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배터리다. 신체에 착용하고 생활해야 하는 '입는 컴퓨터'의 특성상 하루에도 몇 번씩 충전을 해야 한다면 상용화에 차질이 있기 때문이다. 대용량 배터리가 담보돼야 시장 경쟁력이 생기는데 그러려면 자연스레 배터리 용량 때문에 무거워지거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4~5인치급 화면인 스마트폰의 배터리 용량이 2500~3000mAh 수준인데 입는 스마트 기기의 경우 화면을 아무리 작게 만들더라도 스마트폰과 다른 기능을 함께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의 배터리 용량 수준을 낮추긴 힘들 것”이라며 “배터리 용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충전 방식이라도 간편하게 해야 하는 게 업계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LG는 자기유동 방식의 무선 충전기술을 연구해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공진 방식 충전과 태양열 전지 등도 개발 중이다. '휘어지는 배터리'를 개발해 손목시계 줄을 배터리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KAIST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팀은 지난해 고효율 유연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1 정도 되는 얇은 배터리를 기판 위에 올리는 형태로, 용량이 크지 않아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착용하는 컴퓨터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다. 입는 컴퓨터를 통해 촬영되는 사진 등이 악용될 경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게리 하웰 주의원은 지난달 구글 글라스를 포함한 안경형 스마트 기기를 운전 중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런 기기를 착용하면 운전자가 운전 도중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움직이게 되면서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호주 정부는 구글에 사생활 침해 여부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영국의 한 시민단체는 구글 글라스 등 '입는 컴퓨터' 출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스톱더사이보그'라는 이름의 이 그룹은 “많은 사람이 IT 기기를 입게 되면 사생활 침해 속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며 “이는 기술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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