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도 "權·經 유착으로 명품시장 급성장" 비판… 매출 급감, 땡처리 세일까지]
공무원들 현금보다 선물 선호 - 벤츠 등 고가 수입차량에 번호판 단 軍차량도 즐비
세계 2위 명품 소비시장 - 새 지도부 출범 후 강력 단속, 설 연휴 판매액 53%나 줄어
세계적인 명품 가게가 즐비한 상하이(上海) 시내 난징루(南京路)는 올 연초부터 세일 바람이 불고 있다. '50% 세일'을 써 붙인 가게를 흔히 볼 수 있다. 프랑스 브랜드 지방시(Givenchy) 제품을 파는 한 전문점은 폐업을 앞두고 '땡처리 세일'까지 하고 있다.
한때 글로벌 명품 거대 소비 시장이었던 중국 시장이 반부패 드라이브 속에 한파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말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끄는 새 최고지도부 출범 이후 중국 당국이 명품을 이용한 부패 관행 단속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 주요인이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해외판은 2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86위에 불과한 중국이 지난 2011년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명품 소비 시장이 된 이면에는 권·경 유착과 공금 유용 등 부패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중국의 명품 소비 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전례가 많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매년 명품 소비가 30~50%씩 급증했다. 그러나 이런 명품 소비 급증은 소득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기보다 기업들이 공무원에 대한 선물용으로 명품을 대량 구입한 것이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인민일보는 분석했다. 중국 공무원들이 부담이 큰 현금 뇌물보다 선물 형식을 갖춘 명품을 더 선호한 측면도 있다.
원저우(溫州)의 기업인 주(朱)모씨는 "해마다 명품 가방을 수십 개 사지만 직접 사용하는 것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공무원 선물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무원들이 이런 명품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채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명품 선물은 사실상 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민일보는 "명품이 권·경 유착 등으로 연결돼 변형된 뇌물 제공 수단이 된다면, 이는 우아한 품격을 가장한 부패와 다를 것이 없다"고 썼다.
이 매체는 또 공금을 유용한 명품 소비도 적잖다고 지적했다. 명품 가게들이 영수증에 '사무용품' '작업복' 등으로 판매 제품 명세를 써줘, 공금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명품을 살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있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판매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1만위안(약 180만원) 이상인 가방을 사도, 공무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선물' '작업복' 등으로 판매 품목을 써준다"고 말했다.
중국 과세 당국은 이 같은 공금 낭비와 유용을 막기 위해 중국 내 해외 명품 판매점에 '판매 제품 명세를 상세히 기재하고, 함부로 영수증을 발행하지 말 것'을 이미 통보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명품 단속에 나서면서 중국 명품 시장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중국 명품 소비 시장은 지난해 7% 증가에 그쳐 연간 30% 이상을 기록한 2010~2011년보다 성장률이 크게 둔화했다. 올해 춘제(春節·설) 연휴 판매액도 지난해보다 53%나 줄어든 것으로 세계명품협회는 집계했다.
한편, 중국은 공금 낭비를 막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중국군이 벤츠·BMW·아우디 등 가격이 45만위안(약 8100만원)이 넘는 호화 차량에 군 차량 번호판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에는 여전히 군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아우디 등 호화 차량이 적잖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BBC 중문판이 2일 보도했다.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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