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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한복 가게 “아! 옛날이여”

[기타] | 발행시간: 2013.05.08일 16:21
‘생략’ ‘간소하게’ ‘싸게’.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다. 경기 침체 영향이 크다. 예비 부부들은 과거와 달리 명품이나 사치스러운 혼수 대신 중저가의 실속형 상품을 선호한다. 인생에 한 번뿐이라는 이유로 다소의 거품을 감수한 덕에 휘파람을 불던 웨딩산업에 노란불이 들어왔다.

5월 결혼 예정인 회사원 문석호씨는 신부와 상의해 비싼 예물·예단을 생략하기로 했다. 허례허식이라는 생각에서다. 커플링만 맞추고 한복은 전문 대여점에서 빌렸다. 그 덕에 결혼 비용을 애초 예산에서 30% 이상 줄였다. 그는 “불황에 큰 돈을 결혼식 비용으로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아낀 돈으로 전셋집 구하는데 보태 대출을 조금이라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 비용 목록 중 가장 먼저 ‘살생부’에 오른 건 예물과 한복이다. ‘사치품’ ‘자주 쓰지 않는 물건’이라는 개념이 강해서다.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시작됐음에도 5월 1일 찾은 서울 종로 귀금속 매장 밀집 지역은 예년과 달리 한산했다. 손님을 유혹하는 할인 행사 광고가 무색할 지경이다.

이곳에서 30년째 도매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주훈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결혼간소화 분위기가 뚜렷해지면서 매상이 뚝 떨어졌다”며 “봄이 오면 사정이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비 부부들이 예물에 돈을 쓰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최근 예비 부부가 가장 선호하는 예물은 3부 다이아몬드 한 세트다. 한 귀금속 상가 직원은 “과거엔 목걸이·귀걸이·반지로 구성된 4~5 세트를 대부분 선호했는데 지금은 10명 중 3명 정도만 3 세트 이상 찾는다”며 “찾아오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한 세트만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커플 반지만 구매하는 예비부부도 크게 늘었다.

결혼식 비용 아껴 전셋집에 보태

인조 다이아몬드 수요가 증가한 것도 예년과 달라진 점이다. 한 백화점의 귀금속 매장 직원은 “결혼 반지용 인조 다이아몬드 판매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특히 보석에 관심이 많지 않은 남자 반지를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3부 한 세트의 가격은 200만~300만원. 남녀 결혼반지만 사면 100만~200만원 선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00만~1000만원을 쓴 과거 예물 구매 비용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인조 다이아몬드 가격은 더 저렴하다. 9월 결혼을 앞두고 귀금속 매장을 찾은 한 예비 부부는 “예물 전부를 생략하려다가 그래도 결혼 기분을 낸다는 생각으로 반지만 사기로 했다”며 “어차피 자주 끼지도 않을 것 같아 인조 다이아몬드를 넣어서 싸게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물 구매 규모가 줄어들면서 귀금속 매장의 매출은 예년 성수기보다 20~30% 줄었다. 귀금속 업계에서는 불황 타개책으로 다이아몬드 중량을 높이거나 세트를 구매할 때 30~50% 할인하는 이벤트로 유혹하지만 매출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한 귀금속 매장 관계자는 “최근 조금 내렸다고는 하지만 금값마저 여전히 높아서 손님이 뚝 끊겼다”며 “결혼 간소화 추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쭉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복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실속을 차리는 예비 부부가 늘면서 저가형 한복의 인기가 높다. 맞춤 한복 고객의 80%가 저가형 한복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저가형 한복의 한 세트의 가격은 45만~70만원이다.

한복 대여도 급증했다. 최근 한복 전문점을 찾는 예비 부부 중 절반가량이 한복을 사지 않고 웨딩 촬영과 결혼식 당일용으로 빌린다. 웨딩 촬영과 결혼식의 이틀 대여료는 30만~40만원 정도다. 같은 품질의 맞춤 한복 4분의 1 가격이다. 결혼 당사자뿐 아니라 부모 한복 대여 비중도 커졌다.

한복 전문점 관계자는 “과거 어른들은 격을 중시해 매번 한복을 새로 맞췄는데 최근에는 첫 아이 결혼 때만 사거나 빌리는 사례가 늘었다”며 “대여가 구매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많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쓰지만 한복은 결혼식·돌잔치 정도를 빼고는 다른 수요가 거의 없어 어려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예비 부부의 필수 코스인 결혼식 스튜디오 촬영도 사라지는 추세다. 그동안 웨딩 업체에서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을 일컫는 ‘스드메’가 대세였다. 그러나 300만원이 넘는 촬영 비용은 불황기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스럽다. 예비 부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웨딩 촬영 비용을 줄인다.

한 웨딩사진 전문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스튜디오 촬영을 결혼식 전날 하지 않고 당일 식전에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개 스튜디오 촬영은 예식 전에 미리 찍는다. 이를 위해 드레스를 빌리고 메이크업도 한다.

그런데 결혼 당일 촬영하면 드레스 대여비와 메이크업 비용을 절약하고 번거로움도 없앨 수 있다. 이 경우 비용은 300만원대인 ‘스드메 비용’이 150만~2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본인이 직접 준비하고 촬영만 의뢰하는 이른바 ‘셀프웨딩’도 알뜰한 신혼부부 사이에서 인기다. 지인을 통하거나 본인이 발품을 팔아 저렴하게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준비하고 촬영 비용으로 40만~50만원만 지불하는 방식이다.

웨딩 촬영에서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야외 촬영을 하는 ‘데이트 스냅’이 유행이다. 선택에 따라 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이 줄어 기존 스튜디오 촬영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는 대신 결혼식 당일 스냅 사진에 더 투자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본식 스냅 촬영 비율은 지난해 전년 대비 70~80% 증가했다. 이 중 20~30%는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스냅 전문업체들은 호황이다. 한 스냅 전문업체 관계자는 “간단하고 비싸지 않은 스냅 촬영만 원하는 신혼부부가 늘면서 매출이 굉장히 늘었다”고 말했다.

저가 스냅촬영 업체 수도 급증했다. DSLR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프로가 아니더라도 촬영을 할 수 있어 아르바이트나 부업 개념으로 접근하는 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저가형 본식 스냅 촬영비용은 50만~70만원으로 200만~300만원의 고가형 스냅촬영의 20~30% 가격이다.

신혼여행 비용은 덜 아껴

결혼 청첩장 업체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스마트폰과 다양한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판도가 변했다. 최근에는 결혼 당사자뿐 아니라 하객도 모바일 청첩장을 선호한다. 인쇄물은 결혼식까지 보관하기 번거롭지만 모바일 청첩장은 보관이 쉽고 사진이나 영상이 들어가서 보기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한 청첩장 제작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모바일 전송이 많아져 인쇄물은 제작 후 많이 남게 된다”며 “젊은 예비부부를 중심으로 인쇄는 줄이고 모바일 청첩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제작 수량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는 인쇄물과는 달리 수량 제한이 없다는 점도 모바일 청첩장의 장점이다. 보낼 곳이 많을수록 모바일 청첩장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기존 청첩장 제작 업체는 인쇄만으로는 영업이 힘들어지자 모바일 청첩장 제작 기술을 배우거나 전문가를 고용하는 추세다.

신혼여행은 다른 웨딩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은 모습이다. 하나투어 허니문팀 관계자는 “예비 부부들이 신혼여행에 드는 비용에는 관대한 편”이라며 “결혼 간소화 추세에 따른 트렌드 변화는 신혼여행 부문에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반영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함승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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