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콜라로 돌풍 일으킨 와하하 그룹 쭝칭허우 회장
닳고 닳은 휴대폰 사용하면서 골프 등 여가완 담 쌓고 살아
中 입맛에 맞춘 콜라 개발해 코카·펩시콜라에 정면 도전, 재산 105억弗… 전세계 78위
네 귀퉁이가 닳아빠진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골프를 비롯한 어떤 여가활동도 즐기지 않으며 하루 20달러 이상 용돈을 쓰지 않는 중국 갑부가 있다. 음료·식품 업체인 와하하(蛙哈合)그룹의 쭝칭허우(宗慶後·67·사진) 회장이다.
중국 기업정보 조사기관인 후룬(胡潤)연구원은 6일 '2012 후룬 전 세계 부호 순위'를 발표하면서 재산 105억달러의 쭝 회장을 중국대륙 최고 부호(전 세계 78위)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2위였다가 올해 량원건(梁穩根) 싼이(三一)그룹 회장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쭝 회장은 한번 일을 벌이면 성공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불도저형이다. 1987년 어린이 영양음료 와하하를 개발해 대박을 터뜨린 뒤 후두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한 일이 있다. 그는 수술 이튿날 병원을 뛰쳐나와 공장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수술 직후라 말을 할 수 없었던 쭝 회장은 비서에게 칠판을 가져오라고 한 뒤 분필로 글을 써서 공장에 대한 불만 사항을 일일이 지적해 직원들을 긴장시켰다.
그가 와하하 음료를 시중에 내놨을 때 중국엔 이미 3000여개의 건강식품 기업이 있었고 와하하 같은 영양음료가 30여종이나 있었지만 그는 단기간에 음료 시장을 장악했다. 와하하라는 웃음소리를 상징하는 상표가 큰 인기를 끈 데다 신문과 방송을 이용한 적극적인 광고가 주효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탄탄한 전국 보급망을 구축한 것이다. 규모가 큰 1급 보급상 3000여명과 2급 보급상 3만여명 중 상당수가 와하하 영업을 10년 이상 해오고 있다.
쭝 회장은 1998년 페이창커러(非常可樂)라는 중국 고유의 콜라 제품을 선보이면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점령한 콜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농촌을 장악해 도시를 포위한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전략을 적용,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중국인의 고유 입맛에 맞는 콜라를 내놓아 농촌시장을 파고들었다. 페이창커러는 출시 4년 만에 중국 전체 콜라시장의 12%를 차지, 펩시콜라의 점유율에 육박했다.
쭝 회장은 42세 때 와하하로 성공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할아버지는 군벌 장쭤린(張作霖) 휘하에서 재정부장까지 지냈으나 아버지는 오랫동안 실직자로 지냈다. 어린 시절 집이 가난해 중학교만 겨우 마친 뒤 농장에서 소금 채취일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끼니를 거르는 게 다반사였고 종이박스 만들기와 벽돌 운반, 아이스크림 행상 등 온갖 일을 했다. 그는 "'고생하는 것과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 말라'는 부모님의 훈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를 독재적인 기업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룹에 2인자를 두지 않고 외부 전문가들을 배척하는 등 경영 스타일이 독선적이라는 것이다. 쭝 회장은 이에 대해 "기업 경영의 권한은 내가 쥐는 게 당연하며 작은 권한은 나누어 주면 된다"고 반박한다.
올해 후룬보고서가 발표한 100억달러 이상 재산을 가진 전 세계 부호 83명 중 중국대륙 부호는 쭝 회장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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