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연소로 여자사형수가 된 폴라 쿠퍼(44)가 감옥을 나왔다. 쿠퍼는 17일 오전 10시 인디내아주 록빌 교도소를 출소, 27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쿠퍼는 16세였던 1985년 루스 펠케(당시 78세)의 목숨을 빼앗았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집안에 몰래 들어가 그를 꽃병으로 내리친 뒤 가슴과 배 등 온 몸을 33차례나 흉기로 찔렀다.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던 펠케의 숨을 끊어놓고 쿠퍼가 주머니에 넣은 돈은 단돈 10달러였다.
쿠퍼는 이듬해 7월 사형 선고를 받아 미국 역사상 최연소 여자사형수가 됐다. 하지만 이때부터 쿠퍼를 살리자는 구명운동이 시작됐다. 200만명이 인디애나주 대법원에 청원을 넣었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직접 주지사에게 연락해 감형을 호소했다.
인디애나주를 움직인 것은 피해자의 손자 빌 펠케였다. 빌은 다른 여느 유족들처럼 처형을 원했지만 쿠퍼가 사형선고를 받자 구명운동에 나섰다. 빌은 “할머니의 삶과 선행들을 생각해보니 ‘폴라가 죽어선 안되겠다.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용서의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은 내게 어마어마한 치유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빌의 노력으로 쿠퍼는 1989년 징역 60년으로 감형됐다. 빌은 가해자를 용서하는 살인 피해자 유족회라는 시민단체를 조직, 매년 가을 ‘희망 여행’(Journey of Hope)이란 행사를 연다. 빌은 2003년 쿠퍼를 용서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희망 여행’이란 책도 펴냈다.
쿠퍼는 생명의 은인인 빌과 처음엔 서먹서먹한 관계였다. 빌이 면회를 신청했지만 서로가 얼굴을 맞대기까지는 8년이란 세월이 흘러야 했다. 하지만 쿠퍼는 빌에게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고 지금은 매주 e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빌은 “쿠퍼가 나오면 함께 쇼핑하러 가기로 했다”며 “한 턱 내고 옷도 사주고 싶은 친구인데 가장 먼저 컴퓨터를 사주고 싶다”고 CNN에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