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발인 신분 새누리당 관계자 조사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등 의혹’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과 올해 초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둘러싼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자료를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광수 부장검사)는 2008년 노 전 대통령 측의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 수사 때 검찰이 확보해놓은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 ‘e지원’의 이미징(복사) 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CD 26장 분량의 이미징 자료는 서울중앙지검에 보관 중이었다. 검찰은 이미징 자료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또는 그와 관련된 자료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7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기록물이 김해 봉하마을로 건너갔다는 ‘자료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국가기록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을 고발했고, 한 시민단체는 노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당시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이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이듬해 5월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 수사 중 서거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둘러싼 올해 초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 기록도 기밀을 해제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 기록 중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과 관련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의 진술 등을 2급 국가기밀로 분류해 보관해왔다.
현행 규정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수사 자료를 검찰이 국가기밀로 지정한 뒤 추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기밀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검찰은 이미 확보한 자료의 분석을 마친 뒤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및 일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는 e지원시스템 내 자료를 열람할 예정이다. 검찰은 e지원시스템을 열람한 뒤 필요한 자료는 복사하거나 자료 제출을 국가기록원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자료의 확보 및 분석과 함께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도 병행할 예정이다. 조명균 전 비서관,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작성 및 보관에 관여한 인물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새누리당의 고발 내용 이외에 이명박 정부 당시 회의록이 삭제됐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다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쯤 새누리당 관계자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고발 경위 등을 조사했다.
<정제혁·이효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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