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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복집’ 김기춘을 비서실장에…거꾸로 가는 박 대통령

[기타] | 발행시간: 2013.08.05일 21:35

[한겨레] 뉴스분석|박 대통령, 청와대 전격 개편

정수장학회 출신에 ‘7인회’ 멤버

검사 땐 유신헌법 초안 작성도

‘심기만 살피는 비서실장’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비서실을 전격 개편했다. 허태열 실장을 경질하고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을 새 실장에 기용했다. 박준우 전 유럽연합 대사를 정무수석,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을 민정수석,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를 미래전략수석,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고용복지수석 비서관에 임명했다.

인사의 초점은 단연 김기춘 실장이다. 박 대통령이 휴가지 모래밭에 ‘저도의 추억’이라고 쓴 지 1주일 만이다.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인연이 깊은 구시대 인물을 발탁했다는 점에서 정가나 학계나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현대사)는 “김기춘 실장은 정수장학회, 유신, 간첩조작, 지역감정 등 온갖 부정적인 요소의 화신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박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반역사적 인사다”라고 평가했다.

경남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엘리트 공안 검사 출신인 김 실장의 일생은 굴곡진 우리나라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1958년 서울법대에 들어가 5·16쿠데타 직전인 60년 10월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그 뒤 5·16장학회(정수장학회의 전신)가 주는 장학금을 받아 학업을 마쳤다. 이 인연으로 그는 나중에 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들의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김 실장은 1972년 법무부 검사 시절 유신헌법 초안 작성에 참여했다. 1974년부터는 중앙정보부에서 대공수사국 부장, 중앙정보부장 비서관, 대공수사국장을 지냈다. 그가 있는 동안 중정은 재일동포 간첩단을 비롯해 수많은 조작간첩 사건을 만들어냈다. 부장 비서관이던 1974년 8월 박 전 대통령 부인 육영수씨 저격 용의자 문세광에게 “<자칼의 날>을 읽었느냐”고 질문을 던져 입을 열게 한 무용담은 그의 자랑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 말기에 청와대 비서관도 지냈다.

김 실장은 중정 수사국장이던 1978년 ‘1·19 조처’를 기안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중단시킨 일이 있다. 전방사단에서 대대장이 월북한 사건에 책임을 물어 보안사의 권한을 축소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80년대 들어서는 한때 보안사 출신 신군부 실세들에게 견제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비를 넘어선 그는 승승장구했다. 노태우 정권에서 임기제 초대 검찰총장이 됐고, 1991년 5월부터 1992년 10월까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 시절 부하들은 그에게 ‘미스터 법질서’라는 별명을 상납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1992년 12월11일 전직 법무부 장관이던 그는 부산지역 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김영삼 후보의 승리를 위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른바 ‘초원복국집 사건’이다. 역설적으로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이 된 그는 1996년 거제에서 신한국당 공천을 받았고, 내리 3선을 했다. 2004년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엔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견서를 작성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식 인연은 2005년 7월 시작됐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그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으로 발탁했다. 2007년에는 경선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활약했다. 인연은 더욱 깊어갔다. 김 실장은 원로모임 ‘7인회’의 멤버다. 또 지난 7월1일엔 박정희기념사업회의 초대 이사장을 맡았다.

역사적 관점 이외에도 이번 인사에는 큰 문제가 있다. 박 대통령이 공과 사를 뒤섞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실장은 나이가 많지만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게 보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매너가 깔끔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없다”고 치켜세웠다. 또다른 인사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대표를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김기춘 실장의 제의로 몇 사람을 불러 모아 함께 ‘충무 마리나’에 놀러 간 일이 있다.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참 신기했다”고 회고했다. 박 대통령과 김 실장을 다 잘 아는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런 말을 했다.

“아무래도 대통령의 의식이 1970년대 어린 시절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 개인의 참모가 아니라 중요한 공직자다.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실장이 부패한 사람은 아니지만 국가운영의 큰 줄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혜나 식견은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안 된다고 막아설 수 있는 정직성이 없다. ‘대통령 심기만 살피는 비서실장’, ‘정치를 전혀 모르는 정무수석’을 앉힌 것을 보면 큰 걱정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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