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는 전세가 아닌 월세로 전환한 시세표가 많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전세금 받아봤자 은행에 넣어 놓으면 이자가 연 3%도 안 나오는데 누가 전세를 받겠어요. 월세로 돌리면 은행보다 수익을 두 배는 더 낼 수 있거든요."
최근 전셋집이 실종되는 대신에 월세가 급격히 늘고 있는 배경에는 집주인의 이 같은 심리가 담겨 있다. '저금리ㆍ저성장ㆍ자산가치 하락' 등 '3저(低)' 시대를 맞아 주택시장의 트렌드 자체가 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집을 월세로 바꿀 때 전세금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연간 이자율인 '월세전환율'은 연 6.68%로 집계됐다.
목돈의 전세금을 쥐고 마땅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는 것만으로 연 6%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현장에서 거래되는 아파트 전월세 시세를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실수요자 인기가 높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전용면적 85㎡ 전세금은 요새 5억2000만원쯤 한다. 하지만 이 전셋집을 보증금 1억원을 받고 월세로 돌리면 한 달에 세입자에게 18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전세금과 보증금 차액인 4억2000만원을 은행에 넣고 연 3%를 받으면 1년 이자는 1260만원 선. 반면 달마다 월세를 꼬박꼬박 180만원씩 받아 열두 달을 채우면 1년 수익은 거의 두 배인 2160만원에 달한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수년 내에 현 주택 임대시장이 급격히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