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에 2조8384억원의 매출을 올려 50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일 2분기에 매출 1조3079억원, 영업손실 4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각각 944억원, 270억원의 영업흑자였지만, 올해는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 경기 침체로 항공화물 수요가 줄어든데다 엔화 약세로 일본 승객이 줄어든 탓이 크다. 여기에 주요 고객인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즈니스석 등 하이클래스(high-class·비즈니스석과 일등석) 좌석 이용을 제한해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화물과 여객 수송량이 감소하고, 기업의 하이클래스 좌석 수요마저 줄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통신업체는 최근 임원들에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했고,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이클래스 좌석은 수는 적지만 요금이 이코노미석의 3~5배에 달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하이클래스 좌석 매출은 지난해 기준 여객 매출에서 각각 25%, 14% 정도를 차지했다.
아시아나 ‘실속’
단거리 노선에 비즈니스석 없애
요금 약간 비싼 하이브리드형 고민
장거리 노선엔 ‘퍼스트석’ 고급화
■ 아시아나항공의 실속형 전략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부터 중국, 일본 등 단거리 일부 노선에서 비즈니스석을 없앴다. 비즈니스석 수요가 적은 단거리 노선에 이코노미석을 늘려 더 많은 승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일본 도쿄 등에 주로 투입되는 A-320은 기존 143석에서 162석으로 늘어났다. 비즈니스석 8석이 이코노미석 19석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객들이 짧은 노선에서는 조금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코노미석을 선호한다.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에 모노클래스(비즈니스석이 없는 여객기)로 14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하이브리드형 좌석에 대해서도 고민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항공은 이코노미석에 비해 비용은 1.5배만 비싼 하이브리드형 좌석을 운용하고 있다. 좌석은 비즈니스석이지만, 기내식 등 서비스는 이코노미석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단거리 노선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거리 노선에서는 하이클래스 좌석 수준을 높여 침실과 출입문이 달린 폐쇄형 공간인 ‘퍼스트 스위트석’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항공 ‘고급’
“저비용항공사와 뚜렷한 차별점”
국내선에도 비즈니스석 고집
“타격 크지만 향후 항공수요 늘것”
■ 대한항공의 고급화 전략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은 국내선에도 비즈니스석을 고집하는 등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이 많은 대한항공은 대형기에 집중적으로 하이클래스 좌석을 확대하고 있다.
2014년까지 총 10대를 보유할 예정인 A-380의 경우, 총 407석 가운데 하이클래스 좌석이 106석(일등석 12석, 비즈니스석 94석)으로 26%를 차지한다. 다른 항공사가 15%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높은 수치다. 333석이 있는 B-747 역시 하이클래스 좌석이 21%로 높은 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380 항공기의 하이클래스 좌석은 전세계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처럼 최첨단 항공기 도입, 기내서비스 개선 등으로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하이클래스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2분기 하이클래스 좌석 이용객이 29만명으로 전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8천명이 줄었다. 그럼에도 고급화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석은 저비용 항공사와 뚜렷한 차별점인 동시에 회사 이미지를 상징한다. 국내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향후 하이클래스 좌석 점유율을 높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