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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9개월 된 아기까지 살해…괴물 누가 만들었나

[기타] | 발행시간: 2013.08.22일 10:42

중국 남방의 태양은 그날도 이글이글 타올랐습니다. 버스 승객들은 대부분 더위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허난성 안양시, 시내를 벗어나 외곽 농촌 지역으로 접어들던 버스 안의 모습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었습니다. 그 남자가 타기 전까지는.

백65센티미터의 키에,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버스 뒷문으로 올라탔습니다. 잠시 두리번 거리며 주위를 살피던 남자는 버스 앞쪽 운전사에게 걸어갔습니다. '요금을 내려나?'하는 순간 남성은 갑자기 버스 핸들을 움켜잡더니 홱 돌렸습니다. 버스는 방향을 잃고 비틀거리다 옆을 지나가던 화물차와 부딪힌 뒤 길가에 가까스로 멈춰섰습니다.갑작스런 충격에 놀란 승객들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 남성은 품 안에서 30센티미터 넘는 칼을 꺼내더니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승객들을 향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베고 찔렀습니다. 버스 안은 일순 지옥도가 연출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다른 승객들은 버스 뒷쪽으로, 또는 창문을 깨고 필사적으로 달아났습니다. 바닥에는 붉은 피가 흘러넘쳤습니다.

그렇게 칼을 휘두르며 버스 중간까지 온 남성은 저항에 부딪힙니다. 한 40대 남자가 칼을 움찔 피하더니 다리를 차며 반격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러자 남성은 미련 없이 뒤로 돌아 다시 버스 앞으로 가더니 운전석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버스의 시동을 다시 걸려고 몇차례 시도했습니다. 끝내 시동이 걸리지 않자 열려있던 앞문을 통해 버스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길 옆 높이 자란 옥수수 밭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33명의 승객 가운데 절반 가까운 15명이 남성의 칼에 쓰러졌습니다. 2명은 바로 숨졌습니다. 1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습니다. 5명은 칼에 깊히 찔려 위중한 상태입니다.

지역 경찰은 물론 경찰 특공대까지 4백명이 투입됐습니다. 주변 마을을 물샐 틈 없이 포위했습니다. 10만 위안, 우리 돈 천8백여만 원의 현상금까지 걸렸습니다. 하루 뒤 지역 파출소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의 바로 옆 마을 수박 노점에 수상쩍은 남성이 나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즉시 출동했습니다. 남성은 길을 등지고 담벼락을 바라본 채 수박을 벽돌로 깨서 먹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자신을 둘러싸는 것을 모를 만큼 수박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체포되는 순간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습니다.남성의 이름은 저우장보, 올해 24살입니다. 안양시에서 멀지 않은 네이황현 출신입니다. 강도 짓을 했다가 4년형을 선고 받고 올해 3월 출소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출소 뒤 바로 산둥성의 칭다오로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또 강도 행각을 벌여 돈을 강탈했습니다. 그래서 체포 당시 천 위안 넘게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 몰래 고향으로 되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고향 생활은 얼마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이웃집과 싸움이 벌어지자 흉기를 휘둘러 그 집 식구 3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습니다. 안양시로 숨어든 뒤 다음날인 19일 결국 참극을 벌였습니다.

저우장보는 경찰에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 짓을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세상을 버리면서, 세상에 마지막 복수를 가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3명은 각각 생후 9개월의 아기, 9살의 어린이, 19살의 학생이었습니다. 복수 대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힘 없고, 자신의 불행과 가장 상관없는 사람들을 고른 셈입니다. 세상을 혐오하며 '사고를 쳐야지' 하고 마음 먹은 순간 무방비로 옆에 있던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피해자들은 그저 괴물이 태어나는 순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죄로 끔찍한 불행에 빠져야 했습니다.최근 중국에서 이런 '묻지마 흉기 난동'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에는 베이징 시내 까르푸 매장 앞에서 한 남성이 막 구매한 식칼을 마구 휘둘러 중년 여성 1명이 사망하고 남자 어린이 등 3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앞서 17일에는 역시 베이징의 한 백화점 앞에서 2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미국인 여성 등 2명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지난 6월8일에는 푸젠성 샤먼시의 한 버스 안에서 노령연금을 받지 못하게 된데 불만을 품은 60대 남성이 불을 질러 42명이 숨지는 참사를 빚기도 했습니다. 모두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겁이 나서 길을 다니지 못하겠다', '주변에 눈빛이 이상한 사람이 있는지 항상 살펴봐야 한다'며 한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여름 한동안 '묻지마 칼부림'이 잇따라 크게 사회문제화 된 바 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여의도 길거리에서, 시장 입구 등에서 아무 상관도 없는 행인들이 무차별로 휘두르는 칼에 공격을 받고 희생됐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행복하게 웃는 사람에게 차를 몰아 돌진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람이 왜 이런 괴물로 변하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통계가 있더군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우발적 범행, 즉 욱해서 일으키는 범죄가 29만9천 건에서 38만9천 건으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이런 류의 범행이 무려 44만8천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럼 경제적 불황이 원인일까요? 심리학자는 경제적 어려움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소외감, 박탈감, 절망감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나름대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도저히 상황을 타개할 희망은 보이지 않고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기는 커녕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분노는 특정인을 떠나 사회 전체에 투사되다는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소외입니다. 사회가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마음을 다독여줄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갖추지 못할 때 우리는 언제든지 괴물로 돌변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주변에 두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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