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대학생 등 1만여명 활동, 증거 잡고 요령 가르치는 학원도
포상액수 큰 탈세 부문 인기 높아… “막연한 생각으론 성공 어려워”
신고포상금으로 수입을 올리는 파파라치들은 공개적으로 활동하기 어렵다고 한다. 불법행위를 대놓고 적발할 수 없는 데다 파파라치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무성하다.
세계일보 취재진은 파파라치들을 만나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거액을 노리고 신고포상금 쟁탈전에 뛰어든 사람은 최소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상금 열기에 편승해 파파라치 학원을 운영하거나 카메라를 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신고포상금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꿈꾸는 ‘쉬운 돈벌이’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다… 불황에 더 몰려
23일 신고포상금제 관계자들에 따르면 파파라치는 불법 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것을 업으로 하는 ‘전업 파파라치’와 부업 파파라치 등으로 나뉜다.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법행위를 감시 중인 파파라치는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전업 파파라치의 연령은 40∼50대가 다수라고 관계자들이 증언한다. 부업의 경우 직업이나 연령 구분 없이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삼아 신고포상금을 노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불황에는 신고포상금을 눈독 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증거를 잡아 신고하는 요령을 가르쳐주는 파파라치 학원도 덩달아 바빠진다.
서울시내 파파라치 학원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30∼40통씩 걸려오고 한 달 평균 100명 정도가 파파라치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학원비는 20만원 안팎이다. 반대로 파파라치를 피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학원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성형외과, 비뇨기과, 치과, 한의원, 변호사 사무실 등 탈세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분야의 종사자들이다.
파파라치 정보가 공무원으로부터 나온다는 주장도 있다. 경력 13년차 파파라치 박성모(50·가명)씨는 “내가 하는 신고의 20%는 공무원이 준 것”이라며 “단속이 까다롭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불법유통, 불법제조 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고 털어놨다.
신고포상금의 열기가 뜨겁다 보니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21일 경북 안동시청 주차장에서 안모(64)씨가 극약을 먹고 숨진 채 발견됐다. 안씨는 4월 한 승려가 경북도와 안동시의 보조금 1억5000만원을 받아 2005년 건립한 기와그림 전시관을 임의로 매각한 사실을 알고 시청에 신고한 뒤 수차례 포상금을 요구했다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력14년차 파파라치 김민식(가명)씨가 올해 신고한 탈세 업체에 관한 세무서의 회신. 김씨는 “포상금이 높은 탈세만 전문으로 한다”며 “일회용품 사용 신고 등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야는 신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현태 기자
◆초보자는 일회용품부터… 탈세가 가장 인기
누구나 큰돈을 노리고 포상신고에 뛰어들지만 처음부터 금액이 많은 포상 분야를 활용하기는 어렵다. 파파라치 학원 관계자는 “초보자는 일회용품 사용 신고부터 시작한다”며 “불법행위를 적발하는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보는 주로 2만원에서 10만원 사이의 포상금을 노린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기면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을 상대로 관련 증거를 찾는 것으로 보폭을 넓힌다. 불법 과외·의료행위 등이다.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탈세 신고다. 포상금이 크기 때문이다. 제보한 탈루 세액이 5000만∼5억원이면 15%(750만∼7500만원)를 포상금으로 준다.
탈루 세액이 5억∼20억원이면 7500만원에 5억원 초과액의 10%를 추가 지급한다. 20억원을 신고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이 2억2500만원이다. 20억원이 넘는 탈루액을 신고하면 2억2500만원에 20억원 초과액의 5%를 더해 준다.
파파라치 경력 14년의 김민식(67·가명)씨는 “탈세는 포상금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들이 많이 저지르기 때문에 신고했을 때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수익자는 극히 일부… 돈만 좇으면 실패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큰 ‘억대 연봉 파파라치’는 실제로 존재한다. 박씨는 “1년에 대기업 직원 연봉의 2∼3배 정도를 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 기업경영 평가기관이 조사한 대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은 598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일부이고, 큰돈을 벌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박씨는 “한 달 기준으로 (정보 수집 등) 예비작업 10∼15일, 계획 수립 5일, 현장 채증에 10일 정도 걸린다”며 “현장에 나가면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베테랑 파파라치들이 초보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돈만 좇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월수입이 1000만원이라고 주장하는 경력 7년차 파파라치 최진수(41·가명)씨는 “공무원들은 우리가 신고한 자료만 보고 단속하기 때문에 증거자료가 딱 맞아떨어져야 한다”며 “공익의식을 바탕으로 한 집요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서민이나 자영업자가 손해를 볼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 신고,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 등은 신중하게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