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고? 그거 누가 한말이야!’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댁 김이영(32·서울 방이동)씨. 빨간색으로 표시된 추석 연휴를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화가 치민다. 올해 초 결혼하고 처음 맞은 설이 생각나서다. 김씨는 하루 종일 주방에서 동동거리는데 남편은 TV 앞에서 주전부리를 즐겼다. 그러고도 어른들께 칭찬은커녕 눈치만 받았다.
김씨가 맡은 일은 전 부치기. 명태전 호박전은 그런 대로 부쳤는데 문제는 동그랑땡. 김씨는 “기름 냄새에 어지럽기까지 했는데, 시어머님께서 들쭉날쭉한 동그랑땡들을 보시고는 혀를 끌끌 차셨다”고 털어놓는다.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전은 명절음식의 감초로, 조리할 때 퍼지는 고소한 냄새는 명절 분위기를 돋우지만 만드는 사람은 고생”이라면서 특히 동그랑땡은 손이 많이 가면서도 맵시를 내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씨는 이번 추석에는 동그랑땡 대신 오징어땡 부침개를 만들어보라고 권했다. 크기가 자그마한 통오징어를 맞춤한 크기로 잘라 속을 채워 넣고 달걀 물을 얹어 노릇하게 부쳐내면 된다. 오징어 몸통이니 모양 때문에 책잡힐 일이 없고, 맛도 동그랑땡보다 좋다.
이씨는 “명절 때마다 등장하는 명태전이나 호박전 대신 닭근위 꼬치전과 배추전을 해보라”는 아이디어도 줬다. 닭근위는 닭똥집. 닭근위전은 이씨가 시댁에서 선보인 비장의 요리로, 쫄깃쫄깃한 맛이 살아있어 남녀노소 모두 좋아한다고. 배추전은 경상도에서 주로 해먹는 향토 음식. 배추 대신 배추김치를 이용해도 된다. 배추김치로 할 때는 잘 씻어서 부치면 된다. 배추전은 손바닥만 하니 몇 개 부치지 않아도 푸짐하다. 이씨의 도움말로 맛도 좋고 손도 덜 가는 이색 전 부치는 방법을 알아본다.
◇오징어땡 부침개
<재료> 작은 크기 오징어 3마리, 부침가루 5큰술, 달걀 6개, 카놀라유 10큰술, 동그랑땡 양념(다진 쇠고기·돼지고기 100g씩, 으깬 두부 50g,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다진 생강 ¼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① 오징어는 몸통을 가르지 않은 채 내장을 뺀 뒤 깨끗하게 씻는다. ② 오징어 몸통과 다리를 분리해 몸통은 0.5㎝ 간격으로 동그랗게 썰고, 다리는 곱게 다진다. ③ 달걀은 풀어 놓는다. ④ 큰 그릇에 다진 다리와 동그랑땡 양념 재료를 넣고 치대다 부침가루를 섞어 버무린다. ⑤ 팬에 카놀라유를 두르고 ②의 오징어 몸통을 동그랗게 펼쳐 올린 뒤 살짝 익으면 동그랑땡 재료 1숟가락을 몸통 안에 넣고 숟가락 뒤쪽으로 눌러 오징어와 밀착되게 한다. ⑥ 오징어땡에 달걀물을 한 숟가락 끼얹어 앞뒤로 노릇하게 부쳐낸다.
◇ 닭근위 꼬치전
<재료> 닭근위 300g, 밀가루 2큰술, 굵은소금 1큰술, 카놀라유 7큰술, 부침가루 ½컵, 달걀 4개, 대나무꼬치 약간, 닭근위 양념( 다진 마늘·다진 파 1큰술씩, 다진 생강 ¼작은술, 참기름 1½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½작은술, 맛술 2큰술 )
<만들기> ① 닭근위는 밀가루와 굵은 소금을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씻어 말끔하게 헹궈 물기를 없앤 다음 칼날을 뉘여 칼집을 여러 번 낸다. 그래야 부드럽고 질기지 않다. ② 닭근위에 양념을 모두 넣고 버무려 20분 정도 재워 둔다. ③ 달갈은 풀어 놓는다. ④ 양념이 밴 닭근위를 끓는 물에 데친 뒤 꼬치에 2∼3개씩 꿴다. ⑤ ④에 부침가루를 솔솔 뿌린 뒤 달걀물에 담갔다 카놀라유 두른 팬에 노릇하게 부쳐낸다.
◇ 배추전
<재료> 솎음배추 20잎, 소금 조금, 부침가루 1½컵, 다시마 우린 물 1컵, 흑임자·통깨 2큰술씩, 실고추·카놀라유 적당량
<만들기> ① 배추는 한 잎씩 떼어 옅은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물기를 없앤 다음 부침가루를 살짝 뿌려 수분을 없앤다. ② 부침가루에 물을 부어 걸쭉한 농도로 반죽하고 소금을 넣어 간한다. ③ 배추를 ②에 담가 부침옷을 입힌다. ④ 카놀라유를 두른 팬에 부침가루를 입힌 배추를 한 잎씩 놓고 지지면서 흑임자와 통깨, 실고추를 올려 장식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