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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들, 신발 벗어놓고 문자 남기는 이유

[기타] | 발행시간: 2013.09.11일 12:12

신발-사후세계로 들어간다는 전통문화서 기인

문자-생에 대한 미련과 살고싶은 희망의 표현

지난 8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 인근 선착장에서 중년 남성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4시간 동안 수색을 벌인 끝에 신발이 발견된 선착장 인근 요트로부터 한강 하류 방향으로 약 25m 떨어진 바지선 바닥 아래 수중에서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최근 한 줄기세포 업체의 뇌물 비리와 관련돼 검찰 수사를 받던 김종률 전 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유서에서 2009년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된 단국대 관련 배임수재 사건을 거론하며 “지난번 제 사건으로 내내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었고 억울함에 어떻게든 명예 회복의 기회를 얻고 싶었다”고 적었다. 벗어놓은 신발과 유서 등 여러 정황상 이 사건은 시신 부검 없이 자살로 종결됐다.

7월 경남 창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과학고생 오모(16) 군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오 군의 학교는 조기졸업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과학고 학생들은 고교 3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내고 조기졸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은 오 군이 시험에 부담을 느끼고 쉬는 시간에 실험동으로 건너가 투신한 것으로 추정했다. 오 군이 뛰어내린 실험동의 4층 복도에서도 벗어놓은 신발이 발견됐다.

자살 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신 자살하는 사람들이 신발을 벗어놓는 이유는 서양과 다른 우리 고유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박종익 중앙자살예방센터장 겸 강원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살자들이 신발을 벗고 투신을 하는 것은 어떤 공간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우리 문화와 연관된다”며 “사후 다른 세계로 간다는 의미에서 신발을 벗는 자살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전문의는 “신발을 벗어놓는 것은 자신이 여기서 죽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행위”라며 “자살자가 주변인들에게 마지막 단서를 남기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신발을 벗어놓는 것 외에 가족들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죽음을 알리는 사례도 많다. 1월 경기 용인시의 한 병원 옥상에서 공무원 이모(29) 씨가 스스로 몸을 던져 숨을 거뒀다. 이 씨는 투신 직전 아버지에게 ‘죄송합니다. 못난 아들 이해해 주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3월에도 경북지역 한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던 권모(17) 군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문자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투신하기 3분 전 어머니에게 ‘머리가 심장을 갉아먹는데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다.

자살 전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구조되는 경우도 있다. 5월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에 아들 이모(32) 씨가 “먼저 가서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 두절됐다는 한 어머니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휴대전화 위치추적 결과 마포대교 부근에서 신호가 잡혀 인근 지구대 경찰들이 한강 남쪽과 북쪽 둔치를 뒤졌고 수색 시작 1시간 뒤 마포대교 아래서 강을 계속 응시하며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 씨를 찾아냈다.

전문가들은 떠나는 이들이 남기는 마지막 문자메시지가 생에 대한 ‘미련’과 살아남고 싶은 마지막 ‘희망’을 드러내는 것이라 분석한다. 안용민 한국자살예방협회장 겸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러 표현을 한다”며 “자살자들이 죽을 결심을 하고 보내는 문자메시지도 ‘마지막으로 잡아 달라’는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혹시라도 살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육지 쪽을 향해 뛰어내린다고 한다”며 “자살자들은 90% 이상 언제든 마음을 돌릴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인데 문자메시지도 그런 미련이 드러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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