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이번 ‘동양 사태’ 피해자들은 대부분 동양증권 고객들이다. 동양증권이 연 4%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 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금리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그동안 저금리 은행 예금 상품의 대체재로써 인기를 끌어 왔다.
하지만 이번 동양 사태로 동양증권에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장에 10년 만의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동양증권에 놀란 투자자들이 앞다퉈 증권사 CMA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각 증권사에 따르면 동양증권의 CMA 잔고는 지난 6월 말 7조6000억원에서 9월 말 3조2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와 회사채·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객 돈 4조4000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동양증권은 지난 2003년 CMA가 도입된 이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회사다. 지난 6월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2위 그룹인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등과 CMA 잔고 격차를 2조∼3조원 이상 벌려놓고 있었다. 그러나 동양증권에서 고객이 급격히 이탈하자 CMA 시장은 뚜렷한 선두주자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모이는 곳은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투자증권의 환매조건부채권(RP) CMA 잔고는 6월 말 3조8400억원에서 9월 말 4조5300억원으로 7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의 CMA 잔고도 같은 기간 4조1200억원에서 4조5400억원으로 4200억원 늘었다.
<출처; 각 사>
CMA 시장 선두권으로 부상한 두 증권사의 잔고 차이가 100억 원밖에 나지 않는다. 삼성증권의 개인과 법인 고객을 포함한 CMA 잔고는 9월 말 5조3600억원으로 업계 1위 수준으로 늘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이 ‘3파전’을 형성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CMA 잔고도 크게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 잔고는 6월 말 4조600억원에서 9월 말 4조4100억원으로 3500억원 증가했고 대우증권 잔고는 3조9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3000억원 늘어났다. 이밖에 신한금융투자의 CMA 잔고가 2조3900억원에서 2조6600억원으로 2700억원 증가했다. 대신증권 CMA 잔고는 2조5800억원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보다는 은행으로 이동하는 동양증권 이탈 자금이 좀 더 많은 듯하다”며 “CMA 잔고는 투자자들의 주식거래에 따라 변동성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증권사의 CMA 잔고는 동양 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17일 43조348억원에서 이달 2일 40조5634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줄었다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CMA 잔고는 41조9296억원으로 집계됐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양 사태로 일부 대형 증권사가 일시적 수혜를 보고 있지만 증권업계 전반으로 보면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며 “중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 신탁, 채권형 펀드 등 자산관리시장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선화 (jes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