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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나선특구가 ‘동양의 로테르담’이라고?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02.18일 10:37

European Pressphoto Agency

2014년 2월 6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류길재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

남북관계는 뱀을 만나면 뱀을 따라 내려가고 사다리를 만나면 사다리를 따라 내려가는 ‘뱀과 사다리’라는 보드 게임과 비슷하다. 수년 동안 ‘뱀’을 자주 만났던 남북관계가 이제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측면은 익숙하고, 또 한 가지 측면은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한 측면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다. 2월 5일(수) 남북은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것은 2010년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실제로 개최된다면, 면회 장소는 전례대로 금강산 리조트가 될 것 같다. 금강산 리조트는 북측의 경치 좋은 부지에 남측의 자산으로 지은 곳이다. 지난해 9월 북한은 성사 직전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했었다. 북한은 한국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획대로 2월 24일에 강행한다면 또다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새로운 측면은, 9일(일) 대한민국 통일부가 18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이 러시아와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 북동부 라진(나진)을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사실이다. 포스코와 현대상선, 한국철도공사가 이번 방북에 참여한다.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하루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었다. 이번 방북은 이 MOU에 따른 것이다. 이 MOU에는 러시아철도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북・러 합작법인 ‘라선콘트랜스(RasonKonTrans)’ 지분 70%의 최대 절반을 포스코-현대상선-한국철도공사 컨소시엄이 3억 4,000만 달러에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라선콘트랜스는 당초보다 5년 늦은 지난해 가을에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을 연결하는 54km 철도 구간을 보수했다. 나진항은 아시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부동항(일 년 내내 해면이 얼지 않는 항구)이다. 항만시설도 현대화될 계획이다.

당시 필자는 (이 MOU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3사의 태도는 어정쩡했고, 거대한 정치적 암초 2개가 눈앞으로 닥쳐올 것 같았다. 첫째, 라선콘트랜스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북한 나진항의 의사를 타진했는가? 둘째, 이 프로젝트는5•24 조치(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개성공단 외에는 대북 교역과 대북 신규투자를 불허한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안)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 한국 정부는 이번 방북은 현장 실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5•24 조치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북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과 사뭇 달라서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오랫동안 얼굴도 못 보고 소식도 듣지 못한 혈육을 단 한 번만이라도 보고자 열망하는 고령의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가학적이고 무정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비즈니스’라면 마다하지 않는 두 얼굴을 가진 듯하다. 최근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21일 북한은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13개 경제개발구(경제특구)를 공식 발표했다.

장성택과의 연관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라선경제무역지대는 장성택이 진두지휘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2월 장성택 재판에서 나열된 죄목 가운데에는 라선경제무역지대에 있는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버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한은 이를 반역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장성택 죄목에 등장한 ‘외국’은 중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라선특구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육지에 둘러싸인 중국 동부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에 라진은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항구다. 그런데 1991년 라진・선봉 지역에 자유경제 무역지대가 선포된 지 20년이 지났건만 북한은 국경지대까지 도로도 건설하지 않았다. 중국은 라선특구 사업에 참여한 이후 직접 도로 건설에 착수했다. 중국에서 라진항에 이르는 도로는 2012년 말 개통했다. 라선특구의 전력 사정도 도로만큼이나 좋지 않아, 중국은 라선특구에 전력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 위원장은 어디로 고개를 돌릴 수 있을까? 러시아가 북・러 철도 합작사업에서 기꺼이 비용을 분담하려는 자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왠지 믿을 수 없는 인상을 준다. 2012년 러시아 정부는 북한이 소비에트연방 시절 러시아에 진 채무액 100억 달러를 마침내 탕감해주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10억 달러는 20년 만기 차관 형태로 전환해 (북한의) 에너지와 교육, 의료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분야의 투자 소식도 들린 적이 없다.

이제 남은 대안은 한국이다. 어쩌면 김 위원장은 지난 봄에 그랬던 것처럼 도발적인 언행을 하고 개성공단에서 직원들을 철수하는 카드가 ‘신뢰외교(trustpolitik)’를 내세우는 박근혜 정부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접근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놓고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모습은 (남북간) 신뢰가 얼마나 구축되기 어려운 것인지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라선은 한국으로서는 그렇게 매력적인 투자처는 아니다. 북한도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절에조차 라선 지역만은 한국의 투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북한은 라선을 한국에 개방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했다. 2011년 중국이 라선특구에 공식적으로 관여하기 전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던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공장이 빽빽하게 들어서리라는 비전을 과거에도 상상했고 현재 다시금 상상하고 있지만, 라선특구에 대한 이제껏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홍콩 엠퍼러그룹(英皇集團)이 건설한 으리으리한 카지노-호텔이다. 지린성 간부가 거액의 정부 공금을 날린 이후 오랫동안 영업이 중단된 이 카지노에 다시 중국 방문객들이 들고 있다. 중국인들은 이제는 비자 걱정 없이 새로 개통된 도로를 타고 카지노에 올 수 있다. 2만 위안을 내면 숙식도 해결된다.

라선특구는 20년 전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가 머리기사에서 화려하게 선언한 것 같은 ‘동양의 로테르담(Rotterdam of the East)’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당시 유엔개발계획(UNDP)은 야심찬 두만강개발계획(TRADP)에서 라선특구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계획은 ‘지나치게 야심찼다’는 사실만 밝혀졌다. 재원은 부족하고 역내 협력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두만강개발계획(TRADP)은 광역두만개발계획(GTI)으로 축소됐다. 북한은 GTI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어쩌면 두만강개발계획(TRADP)은 시기상조였는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후원을 받아 라진(나진)을 시찰하는 한국 기업 두 곳은 이미 인근에 투자했다. 2012년 9월 현대상선의 모회사인 현대그룹과 포스코는 라진 바로 옆에 있는 중국 훈춘에 국제물류단지를 조성하기 위해1억 7,7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착공식을 가졌다. 2020년까지 1,300만톤 규모의 물동량을 취급하게 될 훈춘 국제물류단지 프로젝트는 북한, 특히 라선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현대그룹과 포스코가 실제로 라선콘트랜스 지분을 매입한다면, 이 행보는 새로운 동북아 경제특구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위한 두 회사의 장기적 투자전략에서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동양의 로테르담’이라고? 아직 수십 년은 더 지나야 가능한 얘기다. 어쨌든 라선경제무역지대가 화려한 청사진만 제시하는 요란한 빈수레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에이던 포스터-카터는 영국 리즈대학교 현대 한국학・사회학 분야 명예 선임연구원으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프리랜서 작가와 컨설턴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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