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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빨간 다리 로봇, 세계 최초로 만났지요

[기타] | 발행시간: 2014.06.16일 15:13

1 다이로스 레드(가칭). 1년만에 하체를 제작했다. 2 손가락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다른 곳에서 빌려 온 로봇 팔.



김서준 학생기자(왼쪽)와 강남준 융기원 원장

소중 독자 여러분도 소식 들으셨죠? ‘페퍼(Pepper)’ 이야기요. 아이 참, ‘아이언 맨’에 나오는 페퍼 누나 말고요,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감정인식 로봇 말이에요. 페퍼는 영화 속 외계인처럼 납작한 타원형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아기 로봇이에요. 가슴에 붙어있는 패드로 의사소통을 하고, 다른 로봇들이 배운 지식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한대요. 물론 말도 하고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해 감정을 읽어내고, 그에 맞춰 서비스 한대요. 세계 최대 로봇대회인 벡스 아이큐(VEX-IQ) 챌린지에 출전한지도 한 달 반, 그 동안 로봇에 대한 관심을 끊고 친구들과 ‘쿠키 런’ 딱지치기에 바빴는데요, 페퍼가 하도 귀여워서 흥미가 되살아나더라고요. 그래서 번외편을 준비했습니다. 짜잔~.

서울대 융기원엔 비밀병기가 있다

저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이하 융기원)에 숨겨진 비밀병기 로봇을 보러 갔어요. 어떻게 초대받았느냐고요? 그건 비밀인데, 이따가 소중 친구들에게만 살짝 알려줄게요.

제가 찾아간 곳은 융기원 내의 다이로스(Dynamic Robotic Systems) 랩이에요. 로봇이 사람들이 사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 움직일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죠. 기계공학·컴퓨터공학·생물정보학 같은 다양한 공부를 하는 형·누나들이 걷고 뛰고 달리고 손으로 물건을 쥐는 등의 동작을 연구한대요. 연구실을 이끄는 박재흥 교수님은 마침 홍콩에서 열린 ICRA 학회(로봇공학 및 자동화 국제회의)에 참석 중이셔서 뵙지 못했지만, 강남준 원장님과 박사과정에 있는 이이수·김상현 형이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답니다.

자, 지금부터 다이로스 랩의 로봇 ‘다이로스 레드(가칭)’를 세계 최초로 공개합니다! 다이로스 레드는 만든지 한 달 밖에 안 된 빨간 다리 로봇이에요. 첫 인상은 꼭 ‘수퍼 카’ 같았어요. 하얀 다리 ‘휴보’나 까만 다리 ‘똘망’이 튼실한 통다리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다이로스 레드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매끈하고 날렵했습니다. 태권브이나 건담보다는 에반게리온의 다리를 연상시켰지요. 재료비만 1억2000만원, 디자인을 포함한 제작기간은 1년 정도가 들었다고 해요. 대학 연구실 로봇 분야에선 후발주자지만, 덕분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이로스 레드는 아직 걷거나 달리지는 못해요. 사람처럼 걷는다는 게 보통 기술이 아니거든요. 페퍼도 손가락 다섯 개는 다 움직이지만, 하체에는 다리 대신 바퀴를 달아 굴러가게 만들었거든요. 형들은 프로그램을 입력해 다이로스 레드가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느리지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선배 로봇들처럼 걷고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줄 날도 머지않았어요.

신문을 읽은 덕분에 찾아온 행운

이야기는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팀 연습을 하러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던 길이었어요. 그날따라 시간이 촉박해 좌석을 배정하는 스튜어디스 누나에게 부탁해 맨 앞자리를 얻게 되었죠. 로봇 ‘스콜피온’이 들어 있는 커다란 가방은 누나들에게 맡기고, 입구에서 집어온 신문을 펼쳤습니다. 그 때였어요.

“얘, 넌 몇 학년인데 신문을 읽니?” 옆자리에 앉아 계신 인상 좋은 아저씨가 말을 거셨어요. “네, 4학년이에요.” 아저씨는 “훈련이 잘 돼 있구나”하고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셨죠. 그리곤 큰 가방 속에 뭐가 들었는지 물으셨어요. 저는 로봇과 대회에 대해 말씀드렸죠. 어른이 이런 꼬마한테 관심을 가져주시다니, 신나잖아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로봇이라면 우리 학교에도 있는데, 한 번 와 볼래?” 세상에! 옆자리 케이에프씨(KFC) 아저씨가 바로 융기원 원장님이셨던 거예요!

안철수 초대 원장의 뒤를 이어 2대 원장을 맡고 계신 강남준 원장님은 원래 전공이 미디어 연구라고 하셨어요. 소중을 만드는 중앙일보 계열 방송사에서 프로듀서로 일하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 4년 전 융기원이 탄생하기까지 융합학문의 필요성을 알리느라 애쓰셨답니다. 첨단 미디어를 연구하는 분이라 컴퓨터와 로봇에도 관심이 많으시대요. 로봇대회를 준비하며 신문을 읽는 꼬마와 미디어를 전공한 로봇 랩 후원자의 만남, 기가 막힌 조합이죠?

강 원장님은 말씀하셨어요. “꼭 로봇이 아니어도 돼. 어떤 분야든 네가 좋아하는 걸 찾아 즐기렴.” 또 전화기 너머 박재흥 교수님은 덧붙이셨죠. “로봇을 만드는 데는 기계공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단다”라고요. 미술도, 음악도, 심지어 게임 같은 것까지 말이에요. 실제로 융기원에는 게임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실이랑 악기의 파장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연구실도 있답니다.

소중 친구 여러분, 갑자기 신이 나지 않으세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든 어떤 공부를 하게 되든, 언젠가 우리는 만나게 될 테니까요. 참, 이제부터 옆자리에 누가 앉는지 살짝 기대해도 좋아요. 알고 보면 스승은 멀지 않은 곳에 계시답니다. 참, 신문이 행운의 메신저란 것도 잊지 마시고요!

NLCS 4학년 김서준 학생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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