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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결혼식 대반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4.09.11일 09:24

결혼은 인생의 경사이다. 올해는 큰오빠네와 둘째언니네 애들이 한해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여 기쁨이 쌍으로 날아들었다.

결혼하는 조카들이 다 남자들이라 두 집에서는 례식장 예약부터 시작해 주례, 촬영, 혼례용차 등등을 도맡아했다. 번거롭더라도 그런 준비공정은 상서로운 분위기속에서 착착 순조롭게 진척되는것 같았고 드디여 결혼식날이 림박했다.

그런데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문제가 터졌다. 결혼식날 새각시를 데리러 갈 대반이 없는것이다. 결혼식날자를 큰오빠네보다 먼저 잡은 둘째언니네부터 야단이 났다. 글쎄 녀자대반의 아버지가 갑자기 병세가 위중해졌던것이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 못지 않게 중요한 배역이 접대를 맡는 대반인데 풍속에 따르면 대반은 아무나 세울수 없다. 아주 까다롭고 엄격한 요구를 요약해 말하면 대반의 부모님들이 생전이여야 하고 결혼 당사자와 동년배여야 하고 기혼이여야 하고 아들을 낳고 금슬 좋게 사는 사람이면 더욱 좋고 그리고 리혼자는 절대 대반을 못 서며 대반의 집안에 상사나 병환 등 불상사가 있어도 안된다.

사돈의 팔촌까지 올리훑고 내리훑어도 대반을 세울만한 적임자가 나지지 않았다. 언니의 시집켠에도 친정켠에도 없었다. 이모나 고모는 있지만 대반자격이 안된다니 별수 없었다.

궁리하다 못해 언니가 한직장에 다니는 신혼 후배동료한테 부탁했다. 요즘 대반은 혼례식이 시작되기전 아침 일찍 신부집에 가 신부를 데려오는 일부터 시작해 야외록화 그리고 혼례식이 진행되는 내내 반나절은 걸려야 하는지라 정말 미안한대로 어려운 부탁을 한것이였다. 아무튼 덕분에 둘째언니네 결혼식은 그런대로 탈없이 치러졌다.

뜻밖에도 닷새뒤 큰오빠네 아들 결혼식준비에 또 차질이 빚어졌다. 큰오빠는 닷새전에 결혼식을 올린 조카내외를 대반으로 세울 생각이여서 대반 걱정은 전혀 없었으나 큰오빠가 미처 걔들 신혼려행시간을 계산에 넣지 못한게 탈을 불렀다. 조카네 신혼려행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발리, 26일 저녁에 출발해 10월 3일에 돌아오는 일정이였다. 그런데 큰오빠네 아들 결혼식은 10월 1일이였으니 이건 뭐 행차뒤 나발도 아니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도 아니고 하여간 일이 우습게 꼬여갔다.

우리는 날자계산을 잘못한 큰오빠를 놀려주며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렸다. 남이야 머리가 아프건 말건 배꼽 잡고 실컷 웃고난 뒤에야 대반을 설만한 사람을 다시 물색하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이 사람 저 사람 짚어봐도 죄다 마땅치 않았다. 대반을 세울만한 사람들은 출국했거나 연해도시로 돈벌러 가고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불러올수도 없고 또 부른다고 바람같이 달려올 가까운 사이도 아니고. 조카애가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보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흘전에 미국으로 돈벌러 떠났단다. 또 다른 한 친구네는 녀자측 할머니가 며칠전에 돌아가셨단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찾고 또 찾아봤더니 사돈에 사돈의 팔촌부부를 겨우 섭외할수 있어 결혼식을 간신히 치르게 되였다.

생각해보면 이것이 바로 우리네 삶의 현주소다. 출국바람에, 연해진출바람에 독거로인, 편부모자녀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전통혼례식에서마저 빈구석이 나타나고있다. 하긴 나 역시 조카 9명중에 일곱이나 일본, 한국, 미국 그리고 연해도시에 나가있으니 모두들 피장파장이라고 할수 밖에 없다.

옛날 같으면 대접해서 대반을 세웠고 대반 서는 립장에서는 대접을 받아서 기뻤고 간혹 대반을 안 세운다고 섭섭해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전혀 딴세상이 되였다. 남에게 대반을 부탁해야 할 처지로 되여 미안하고 또 대반 서는 립장에서는 사돈에 팔촌도 안 걸리는 생판 남의 혼례식에 반나절씩이나 수고를 해 나름대로 힘들테고, 되려 안면때문에, 친분때문에 거절하지도 못해 부담스럽기까지 한 일로 되여버렸다.

환갑집에서 축수연을 베풀 때 춤을 출 사람이 없어 노래교실이나 가두문화쎈터에 가서 춤군들을 돈 주고 모셔온다는 풍문도 나돌고있다. 이러다간 언젠가는 직업대반, 상업성을 띤 대반봉사업무라는것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한족사람들의 결혼식에 직업대반이라는 새로운 명사가 등장하고있다더니 우리 혼례식에도 직업대반, 대반아르바이트생이 나타나는건 시간문제일것이다.

결혼식에서 새각시가 한복에 너울을 쓰던 일은 벌써 수십년전의 일로 되여버렸고 대신 웨딩드레스를 입고 혼례식을 치르는것이 이젠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게 된것처럼 앞으로 10년, 아니 5년후면 까다롭고 엄격한 대반선정기준도 사라져버릴 운명인것 같다. 결혼식에 대반선정기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머지않아 호랑이 담배피울적의 이야기처럼 까마아득한 전설로 남지 않을가싶어 만감이 교차한다.

무슨 대책이라도 없을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을 지키는것은 물론 의의 있는 일이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 바뀌는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가싶다.

하긴 변하면 통한다고 했으니 고풍의 대반선정기준도 아마 바뀌여야 할것 같다. 아예 대반을 설 사람이 없는데 미혼이면 어떻고 리혼이면 어떻고 년장자면 어떠랴.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미주알고주알 따질 필요 있을가. 그리고 혹여 대반선정기준이 완화되고 합리화되면 생각지도 못했던 편리한 대안이 나타날수도 있지 않을가.

상투가 하이칼라로 변해도 머리는 머리다. 너무 전통만 고집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현대적이지도 않으면서 옛것과 새것을 두루 아우르는것 역시 현시대 우리가 민족의 색갈을 잃지 않으면서도 민족전통을 지켜갈수 있는 길이 될수 있지 않을가싶다.

이제 결혼식 대반도 현실적응의 변신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로인순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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