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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현장 일용직과 조선족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4.11.10일 10:16
[김현주의 일상 톡톡] 수렁에 갇힌 삶…몸에 배인 절망

고달픈 청춘들, 건설현장으로 내몰린다

#1. 건설현장에서 20년째 철근작업만 해 왔다는 최모(45)씨는 오늘도 허탕을 쳤다. 최씨는 “지난달에는 공사현장에 한 번도 못 나갔다”며 “밥은 무료급식소에서 하루 한끼 먹는 게 고작”이라고 밝혔다. 무거운 철근을 바닥에 깔고 기둥에 집어넣는 방법을 신나게 설명하던 최씨는 ‘어디에서 지내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가 어렵사리 다시 말문을 연 최씨는 “방값을 못 내 고시원을 나온 지 오래됐다”고 본인의 처지를 털어놨다.

#2. 퇴직 후 4년째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는 송모(51)씨는 “돈도 기술도 없이 몸뚱이가 전부인 우리에게는 막노동이라도 일할 기회를 잡는 것이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길”이라며 “정부가 떠들어대는 복지도 우리에게는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건설 경기 불황 여파로 일감이 크게 줄면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고심을 하고 있다. 8일 새벽 6시 서울 남구로역 인근의 한 인력센터. 기온이 뚝 떨어진 이른 아침시간이었지만 인력센터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30~40명 남짓한 사람들은 작업복 위로 두꺼운 옷을 걸쳐 입고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 50~60%는 국내인이지만 나머지는 조선족이 대부분이었다.

한 인력센터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60~70명을 현장에 보냈지만, 지금은 일감이 뚝 떨어져 30~40명을 보내는 것도 벅차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예전에는 힘든 막노동의 경우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일하고 한국인들은 꺼려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인력센터 50~60%만 국내인, 나머지는 대부분 조선족

하루에 일감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대략 50여명. 이들 중 10여명은 일자리가 없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5명 중 1명 꼴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력센터에 들어오는 일들은 대부분 제조업이나 건설·노무 등 주로 고된 일들이 많다.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는 조선족 김모(44)씨는 새벽 6시부터 인력센터에 나와서 일이 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결국 일을 구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침 7시가 지나자 일 배정을 받지 못한 10여명의 사람들이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향해야 했다. 건설 현장에서 용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조선족 출신 박모(56)씨는 "요즘처럼 불경기일 때는 하루 일당 9만원이라도 받아가면 다행"이라며 "일이 없을 때는 2시간 넘게 기다리고도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최근 잦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은 국내인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하청업체에 상용직으로 일하고 있어도 일감이 없어 일일 노무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처럼 부족한 일감에 시달리는 것은 야음동의 다른 인력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 생활이 나아질 기미 안보여…술·도박에 더 쉽게 빠진다

인력개발업체 관계자는 "일 배정 마감시간인 아침 7시가 넘으면 인력센터들마다 '사람이 남아돌아 죽겠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며 "(우리 회사) 근처 인력센터가 8곳에 이르는데 모두 다 같은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인 일용직 근로자는 일을 하면 정부지원이 끊기고 일을 하지 않으면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생활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쉽게 술과 도박에 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전 6시를 지나 새벽 어스름이 걷히자 인력시장도 파장 분위기였다. 이날 준비한 국밥 50여 그릇이 일찌감치 동이 난 밥차는 천막과 탁자를 걷고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거리를 빼곡히 메웠던 노동자들도 내일을 기약하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하나 둘 거리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한편, 최근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간한 퇴직공제 통계연보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6년간 퇴직공제에 가입해 건설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일한 적이 있는 건설근로자는 약 426만명이다. 이 중 25만명은 건설업을 떠났고 401만명은 가입 유지 상태다.

◆ 청년 취업난 가중…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뛰어드는 청년들 ↑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퇴직공제에 가입해 건설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일한 적이 있는 건설근로자는 144만9000명이다. 이중 2012년 이전에 퇴직공제에 이미 가입한 사람은 106만3000명, 2013년에 처음 가입한 사람은 3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공제에 가입돼 있는 전체 건설근로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가 28.7%로 가장 많았고 ▲40대 25.2% ▲30대 15.9% ▲60대 14.1% ▲20대 10.2% ▲70대 이상 5.9% 순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연평균 1%P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60대∼70대의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매년 비슷한 30대∼50대의 비중은 70% 이상을 차지해 건설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관계자는 "60세 이상의 비중 감소는 고령으로 인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점점 더 일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나타낸다"며 "20대는 취업난 등으로 인해 단기근로자 위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공제에 가입된 적이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26만7000명으로 전체 퇴직공제 가입 근로자의 6.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퇴직공제 가입 건설근로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9년 5.5% ▲2010년 5.7% ▲2011년 6.0% ▲2012년 6.2% ▲2013년 6.7%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신규 가입자도 2009년 9.1%에서 2013년 12.0%로 최근 3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앞으로 비교적 젊은 외국인의 건설업 유입 현상이 지속될 경우 외국인에 의한 내국인력 대체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당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통계집은 건설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199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퇴직공제 사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약 426만명에 이르는 전체 건설근로자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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