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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는 돼도, '룸메이트'는 안돼?

[기타] | 발행시간: 2014.12.13일 10:28
[주장] '집 나가 고생'하는 비슷한 콘셉트...호불호 갈리는 이유는

[오마이뉴스 이정희 기자]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 tvN <삼시세끼>의 한 장면

ⓒ CJ E&M

3.1%, 3.9%, 2.3%. 종편이나 케이블의 시청률이 아니다. 주중 지상파 예능의 시청률이다. SBS <룸메이트> 11회 3.1%(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 SBS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13회 3.9%, MBC <헬로 이방인> 9회 2.3%이다.

이 중 주말을 책임지던 <룸메이트>가 평균 7%의 시청률을 보이다 주중으로 오면서 3%대로 폭락했고,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그나마 5%대가 나오던 시청률이 주중으로 오면서 3%대가 되었다. <헬로 이방인>은 어느 시간대에도 3%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램은 요즘 트렌드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에 전원생활의 세컨드 라이프, 셰어하우스까지. 자연을 벗 삼거나 아름다운 집에서 선남선녀, 외국인이 함께 모여 즐겁게 생활한다. tvN <삼시세끼>랑 다를 게 뭐 있나 싶다. 그런데 <삼시세끼>가 8%대를 넘으며 놀라운 화제성을 부르는 것과 달리,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하는 이들 예능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

아이디어·체력 고갈돼도...예능은 찍어야 한다?


"왜 KBS를 떠났느냐"는 질문에 나영석 PD는 끝도 없이 계속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든다.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체력마저 방전되어도 다음 주 방영분을 찍어야 하는 예능이 자신을 지치게 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한때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것도 잠시, 결국은 대중의 외면 속에 쓸쓸히 사라지는 예능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의 소망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그의 소원대로 그는 tvN에서 짤막한 시즌제 예능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청률이 나날이 치솟는 <삼시세끼>의 이번 시즌은 11부작, 이제 3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런 나영석 PD의 말을 가장 잘 증명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 PD가 론칭한 KBS 2TV <인간의 조건>이다. 토요일 밤, 아날로그적인 삶을 예능에 도입해 화제가 되었던 <인간의 조건>이지만 89회를 맞이한 지금, 소재 고갈로 존립에 위기에 처해 있다.

<헬로 이방인>은 추석 특집 파일럿으로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화제를 불렀지만, 정작 정규 편성되자 사람들의 관심은 차갑게 식었다. 요즘 인기를 끈다는 강남이 들어와도, 에네스 카야가 같은 나라 사람인 핫산을 등장시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닮은 17살 소년을 등장시켜도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파일럿을 넘어설 기획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이국주 등 화려한 멤버로 의욕적으로 시작한 <룸메이트> 시즌2의 화제성도 몇 회를 넘기지 못했다. 연예인들이 모여 스스로 집을 짓겠다는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 역시 화제의 인물 장동민이 있어도 어쩌지를 못한다. <삼시세끼>도 11부작인 마당에, 이들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기획되기엔 무리가 아니었을까라는 뒤늦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삼시세끼>가 수수를 벤다면, <룸메이트>엔 여섯 포대의 콩 폭탄이 터졌다. <삼시세끼>가 텃밭의 농작물만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면,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는 아예 텃밭부터 만들기 시작했다. <삼시세끼>가 강원도 산골의 고립된 생활을 다루었다면, <헬로 이방인>은 서해안 삽시도의 섬마을에 외국인을 떨어뜨려 놓았다.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막상 보면 천지 차이다.

▲ <룸메이트>의 셰어 하우스 멤버들

ⓒ 이정민

'왁자지껄'하지만 식상한 아이템...지루하기만 하다

말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먹는 것이 미션의 전부인 <삼시세끼>는 '슬로우 라이프'를 처음 도입한 예능답게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간다. 일주일에 하루 방송하는데, 출연자가 오고 장을 봐 밥을 해먹으면 금세 하루가 지나간다. 기껏해야 고깃값으로 수수 좀 베다 만다. 게스트는 하루 거나하게 지내고, 아침에 부리나케 도망치기 십상이다.

그에 반해 다른 프로그램은 왁자지껄하다. 출연자를 익히기에 한 회가 모자란데, 그들이 모여 늘 무언가를 번잡하게 한다. 끊임없이 미션이 주어지고, 출연자들은 그것을 해내느라 분주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초창기 버전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의 미션이 새롭지 않다. <룸메이트>는 콩으로 두부를 만들기 위해 황학동 만물 시장에 가서 맷돌과 가마솥을 산다. 이곳은 마치 예능의 필수코스인 것처럼 <무한도전> <나혼자 산다>를 비롯하여 모든 예능이 한 번씩 거쳐간 곳이다. <룸메이트>도 어김없이, 그리고 변함없이 '추억'을 되새기며 새롭지 않게 그곳을 다녀온다.

<헬로 이방인>이 다녀온 삽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삽시도라는 섬은 새로울지 몰라도, 거기서 이방인들이 하는 갯벌체험은 이제 예능에선 올드한 아이템이다.

무엇보다 TV 속 연예인들이 모여 멋들어진 셰어하우스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모습은 '휴식'이라기보다는 '위화감'에 가깝다. 그들의 집은 그림 같고, '셰어'하는 삶은 여전히 작위적이다. 연예인들의 함께 살기 코스프레라는 감상을 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김병만을 비롯한 멤버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세컨드 라이프의 <에코 빌리지 즐거운家>의 정서 역시 <룸메이트>를 넘지 못한다.

<헬로 이방인>은 전주에, 폐광촌 모운동 마을에, 삽시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도 어쩐지 <1박2일>의 짝퉁 같기만 하다. 다 거기서 거기다. 셰어하우스의 특징도, 세컨드 라이프의 신선함도 회를 거듭할수록 희박해진다. 외국인이 등장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과 배경만 다를 뿐 '동어반복'의 지루함이 느껴진다.

사실 <삼시세끼>는 <꽃보다> 시리즈의 스핀오프 같다. 이미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이미지가 구축된 이서진을 강원도 정선에 풀어놓으면서 빚어지는 이질적 분위기와, '삼시세끼'라는 단출한 슬로우 라이프의 정서가 프로그램을 지배한다. 거기에 옥택연을 비롯하여 이서진을 찾아오는 게스트도 시청자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가족을 이뤘던 연예인들이다. 연예인인데, 어쩐지 그들이 가족 같다.

손호준도, 고아라도 이서진과 일면식이 없지만 낯설지 않다. 심지어 <꽃보다 청춘>의 손호준보다 <삼시세끼>의 손호준이 더 '해태'같다. 그래서 이미 친숙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삼시세끼>를 보면서 출연자와 게스트에게 적응하기 위해 시청자들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다. 출연자도 미션도 편안하다. 별거 안 하는데, 익숙함과 느긋함에 미소를 짓는다.

<삼시 세끼>를 비롯하여 <룸메이트> <에코 빌리지 즐거운 家> <헬로 이방인>을 보고 있노라면 그다지 다를 것도 없는 것 같다. 놀고, 먹고, 즐기고, 미션이랍시고 힘 좀 쓰고. 다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도 그것들을 다루는 방식과 정서의 차이가 이들 프로그램의 생사를 가른다. 누군가의 명언처럼 문제는 '디테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 지상파 예능을 무덤으로 보내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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