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거나 TV 보는 당신을 누군가 옆에서 가만히 쳐다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아마 당신은 체하거나, 재밌는 장면에도 웃지 못할 것이다.
최근 호주 멜버른 대학 연구팀이 현지 동물원의 갈색꼬리감기원숭이를 두고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들의 시선에 원숭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을지를 놓고 진행한 실험인데, 놀랍게도 '관찰대상'이 된 원숭이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원숭이 10마리를 특수 유리, 일반 유리 실험실에 각각 5마리씩 넣었다. 특수 유리가 설치된 실험실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있지만, 안에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다. 즉, 이곳에 들어간 원숭이는 밖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지 알 수 없다. 일반 유리 실험실은 쌍방향으로 보는 게 가능하다.
실험 결과, 특수 유리 실험실 원숭이의 공격적인 행동 비중이 일반 유리 실험실 원숭이보다 68%나 적었다. 여기서 말하는 공격적인 행동은 서로 할퀴거나 물어뜯는 것 등을 뜻한다.
공격적 행동을 보인 비중뿐만 아니라 시간에서도 차이가 났다. 간혹 특수 유리 실험실 원숭이들이 뭔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 시간은 일반 유리 실험실 원숭이보다 38%나 짧았다. 스트레스 발생 시 분비되는 호르몬도 3분의 1수준이었다.
결국 원숭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하려면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일까? 동물원 관람객들에게 원숭이를 보지 말라고 한다면 찬성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원숭이가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면 누가 흥미를 느껴 동물원에 놀러 갈까?
실험 결과를 접한 어느 동물 전문가는 “동물원은 큰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사업성과 원숭이 복지 중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위키피디아 캡처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