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처리기능사 118명 부정 응시해 65명 최종 합격
인천경찰청, 6명 구속·75명 불구속…무더기 추방 신세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중국 지린성에 사는 동포 청년 A(21)씨는 작년 9월 동포방문비자(C-3)를 발급받아 부모가 일하는 한국으로 건너왔다.
A씨는 체류기간 3년짜리 방문취업비자(H-2)로 식당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부모와 함께 한국에 장기간 머물며 목돈을 손에 쥐고 싶었지만 자신이 가진 C-3비자의 체류기간은 최장 90일에 불과했다.
A씨는 주변의 동포들로부터 '영주권 신청이 가능한 재외동포비자(F-4)를 받을 방법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국가자격증시험 부정 응시 브로커에게 연락했다.
한족과 조선족으로 구성된 이들 브로커 조직은 A씨에게 'C-3비자를 F-4비자로 바꿀 수 있는 한국의 국가기술자격증을 따게 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A씨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작년 11∼12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1·2차 시험에 잇따라 합격했고 그 대가로 150만원을 건넸다.
부정응시 브로커 일당은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뒤 A씨의 상의 가슴 부분에 구멍을 뚫어 고사장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문제지 사진을 전송하게 했다.
중국에서 문제지 사진을 받은 다른 일당은 시험을 보는 A씨에게 무선 이어폰으로 정답을 불러줬다.
브로커 일당의 첨단장비를 동원한 범죄행각은 지난 6월 초 인천의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장에서 부정응시생 한명이 적발되면서 막을 내렸다.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개월간에 걸친 수사 끝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중국 동포 브로커 B(2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C(37·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150만∼300만원씩을 주고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에 부정응시한 중국 동포 4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7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작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들 브로커와 짜고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중국 동포는 118명에 달하고 이들 중 65명이 최종 합격해 본인들이 원하는 F-4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에 경찰 수사에서 부정행위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범죄에 가담한 동포들은 재판을 거쳐 무더기 강제출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 동포들에게는 정보처리기능사 시험이 너무 어려워 공부해도 합격이 거의 불가능한 시험으로 통한다"면서 "부모님과 한국에 살면서 돈을 벌고 결혼도 하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범죄에 빠지게 됐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경찰은 중국으로 달아난 부정응시 총책 등 중국인 4명을 인터폴에 수배하는 한편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잠적한 동포들을 계속 추적할 계획이다.
또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장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 반입을 금지하는 등 부정행위 예방책 강화를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