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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선족의 '디아스포라' 편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08.27일 08:23
뿌리 뽑힌 사람의 운명

<놈놈놈> ‘이상한 놈’의 손자가 영화 <암살>을 보고 띄우는 편지 “디아스포라는 머조리티의 횡포에 복종하지 않는 인간”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이상한 놈으로 등장했던 윤태구(송강호)의 손자입니다. 할아버지는 1940년, 35살의 나이에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와의 삼각 대결에서 이긴 이후에 오토바이를 타고 드넓은 만주평야를 호방하게 내달렸죠. 할아버지의 꿈은 소박했습니다. 박도원이 꿈을 물었을 때 “내 꿈은 고향에 돌아가서 땅을 사서 소 키우고 말 키우고 개 키우고…”라고 말했죠. 할아버지는 다시는 고향 원산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양반 밑에서 사나 일본놈 밑에서 사나 다를 게 없지”라고 한탄했던 할아버지는 해방 이후 원산으로 가려 했지만, 가봐야 집도 없고 돈도 없어서 만주에 눌러앉았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기 위해” 만주에 왔던 할아버지는 그다지 새로운 인생을 살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기술도, 직업도, 땅도, 돈도 없었으니까요. 마흔 살의 나이인 1945년 제 아버지를 낳으셨고, 아버지는 1980년에 저를 낳았습니다. 저는 지금 조선족으로, 취업방문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을 ‘디아스포라’라고 부르더군요. 이산민족이죠. 강제로 뿌리 뽑힌 사람입니다. 할아버지처럼 일본의 식민지배로 토지를 잃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 조선반도 밖으로 떠나야 했던 분들은 당시 수십만 명에 달합니다.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중앙아시아에 뿔뿔이 흩어진 고려인도 있고,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거나 먹고살기 위해 건너갔던 재일조선인도 있습니다.

최근에 일제 치하의 이야기를 다룬 <암살>을 보았습니다.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은 할아버지처럼 이상한 놈으로 보였습니다. 돈만 받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청부살인을 해주는 인물이니까요. 물론 극 후반부에 친일파 암살 작전에 가담합니다. 친일파를 응징하는 이야기에 많은 관객이 호응을 보내더군요. 저도 통쾌한 심정으로 봤습니다. 제가 조선족으로 살게 된 연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역할이 한몫했으니까요.

영화에서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중국에 있는 동포들은 독립이 되면 돌아가기 위해 벽이 부서지거나 지붕에 물이 새도 고치지 않는다고요. 그러나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광복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이 분단되고 중국이 공산화됐습니다. 자유로운 이주는 불가능했죠. 할아버지도 마찬가지였고요.

국적은 중국인데, 핏줄은 조선인이죠. 여기서 제가 한국인이 아니라 조선인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실제로 ‘조선족’이라고 부르기도 하거니와, 남과 북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원산인데, 그렇다고 제가 북한 출신은 아니니까요.

일제 치하 36년을 피해 일본으로, 만주로, 러시아로 떠났다가 남북 분단과 해당 국가의 정치 상황 때문에 돌아오지 못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그 자손까지 더하면, 수백만 명에 달합니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조선은 없어졌는데, 여전히 조선인으로 불리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서경식 교수는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반비, 2012)에서 평생을 마이너리티로 살아가야 하는 디아스포라의 운명에 대해 설명하셨더군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존재, 그것이 재일조선인이다. 머조리티(다수)에게는 그런 고민이 없다. 그러나 마이너리티의 고민에는 귀중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국가라는 것을 뛰어넘어 다음 시대를 통찰하는 인간이 갖는 고민이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이란 국가나 머조리티의 횡포에 복종하지 않는 인간을 가리킨다.”


현재의 디아스포라는 식민지 지배의 결과로 뿌리 뽑힌 사람뿐만 아니라 이주노동, 난민, 성 정체성, 종교 등의 이유로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넓어졌습니다. 디아스포라인 저는 디아스포라에 대해 여전히 고민합니다. 마침 9월4~6일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열립니다. 디아스포라 서경식 교수의 강연도 있다고 합니다. ‘복종하지 않는 인간’ 디아스포라로서의 정체성을 새길 수 있을까요. 제 할아버지가 일제에 복종하지 않으셨던 것처럼요. 그럼,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곽명동 객원기자·<마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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