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도리화가’를 본 사람은 누구나 이야기할 것이다. 수지의 수지를 위한, 수지에 의한 영화라고. 그만큼 ‘도리화가’는 이제 주연배우가 된 배수지를 위한 맞춤 영화나 다름없다.

‘도리화가’는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배수지가 진채선, 류승룡이 신재효 역을 맡아 사제 호흡을 맞췄다.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최근 다른 작품들에서 도드라진 주연으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배수지의 뒤편에서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가 극 중 소리꾼들을 위해 그러는 것처럼 후배 배수지를 위해 판을 깔아주는데 ‘최종병기 활’,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등에서 이미 증명된 그의 사극 연기에서의 묵직한 존재감을 이번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덕분에 배수지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신재효가 진채선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처럼 류승룡 역시 그가 더 눈에 띄도록 배려해준 덕이다. 배수지는 진채선의 성장기를 그려낸 ‘도리화가’에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도 보여준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의 스크린 데뷔작인 ‘건축학개론’이 이미지로 성공을 거둔 경우라면 ‘도리화가’에서는 배우로서 그의 가능성과 20대를 대표할 만한 배우가 된 배수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조선 최초의 판소리 학당인 동리정사의 소리선생 김세종 역을 맡은 송새벽의 두 말할 것 없는 연기와 동리정사의 소리꾼 칠성과 용복 역의 이동휘와 안재홍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도리화가’에 재미를 불어 넣는다. 특히 안재홍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등장하는 신은 어느 관객이라도 웃음을 빵 터트릴 만한 베스트 중에 베스트다.

하지만 이 영화의 치명적 약점은 진채선과 신재효의 관계가 후반부 사제지간의 로맨스로 흘러간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인 진채선의 성장기를 그리는데 사족처럼 느껴진다. 소리꾼이 돼 가는 과정보다는 흔한 남녀의 로맨스로 귀결되는 느낌을 안긴다. 여기에 뚝뚝 끊기는 편집과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신으로 꼽을 수 있는 낙성연 신에서 몰입을 방해케 하는 CG 등이 옥에 티다. 오는 25일 개봉.

[영화 ‘도리화가’ 포스터와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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